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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로마저 영장 기각… 김빠지는 포스코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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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로마저 영장 기각… 김빠지는 포스코 수사

입력
2015.08.2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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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양 비리 밝힐 우회로도 무위로

수사 장기화… 깃털만 뽑고 접을판

포스코에서 각종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배 전 회장은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연거푸 기각되자 검찰이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시절 비리의 핵심으로 직행하기 위한 ‘우회로’로 삼았던 인물이다. 6개월째로 접어든 검찰의 포스코 수사가 사실상 용두사미로 마무리될 공산이 커지게 됐다.

23일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김도형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배 전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0시간 가량이 지난 22일 새벽 6시 그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 부장판사는 “제출된 수사 자료와 혐의사실을 다투고 있는 피의자의 변소내용에 비춰볼 때,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배 전 회장의 범죄 혐의 규명이 덜 돼 있는 상태인데도 검찰이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뜻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지난 18일 배 전 회장에 대해 약 400억원에 달하는 횡령ㆍ배임ㆍ사기 등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의 혐의에는 1,000억원대의 분식회계, 동양종건 공사수주를 도와준 포스코 임원에 대한 금품 제공(배임증재),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등도 포함돼 있다. 검찰은 배 전 회장의 범죄사실이 무려 7개에 달하는 데다 범죄액수도 큰 만큼 영장 발부를 자신했으나, 의외의 결과가 나오자 상당히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수사팀은 휴일인 이날 오후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보강수사를 거쳐 영장 재청구 여부를 정하겠다”는 짧은 반응만 내놓았다.

문제는 검찰한테 뾰족한 방도가 딱히 없다는 점이다. 법원이 사실상 ‘부실수사’라고 밝힌 기각 사유를 고려하면, 영장을 재청구한다 해도 발부될 가능성이 적다. 또, 포스코 수사 장기화에 따른 비판 여론도 비등한 상황에서 더 이상 수사를 확대할 마땅한 명분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를 불구속 기소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무리한 영장 청구’였다는 점을 자인하는 꼴이 된다. 수사 동력을 상실한 검찰로선 출구전략도 마땅치 않은 ‘진퇴양난’의 처지가 됐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5개월을 넘긴 포스코 수사는 비리의 ‘깃털’만 건드렸을 뿐, ‘몸통’을 규명하는 데는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그 동안 포스코그룹의 전ㆍ현직 임원(11명)과 박재천(59) 코스틸 회장, 전정도(56) 세화엠피 회장 등 총 17명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조만간 정 전 회장도 불러 조사한 뒤, 이르면 다음달 초쯤 이번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의 칼끝이 비리의 핵심부로 향하려는 주요 길목마다 관련자들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을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검찰뿐 아니라 포스코 주변에서도 나온다. 앞서 영장이 기각된 정동화 전 부회장은 정준양 체제의 포스코에서 ‘2인자’로 불린 핵심 실세였다. 배 전 회장은 정ㆍ관계에 포진한 TK(대구경북) 인맥을 바탕으로 정 전 회장의 취임에 도움을 줬고, 그 대가로 해외공사를 대거 수주하는 등 포스코를 상대로 ‘갑질’을 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포스코 사정을 잘 아는 한 전직 임원은 “배 전 회장은 시설자금 명목으로 대출받은 180억원을 용도와 달리 ‘타 은행 채무 변제’에 썼고, 이 중 일부는 은행에서 강제환수를 당했다”며 “배 전 회장의 소명만 받아들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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