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m ‘아름다운 독재자’ 우사인 볼트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이후 7년 동안 100m 트랙을 ‘지배’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29ㆍ자메이카)가 베이징에서 다시 한번 자신의 건재를 과시했다. 9초58 세계신기록 보유자 볼트가 최근 부진을 떨치고 저스틴 게이틀린(33ㆍ미국)과의 단거리 패권 다툼에서 0.01초 차이로 승리했다.
볼트는 23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5 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대회 하이라이트 남자 100m 결선에서 9.79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9.79는 올해 볼트가 세운 가장 빠른 기록이다. 볼트는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는 듯한 챔피언 세리머니도 빼놓지 않았다.
볼트는 이날 금메달로 칼 루이스(54ㆍ미국)를 1개차로 따돌리고 세계육상선수권 최다 금메달(9개)에 단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세계선수권 통산 금메달 9개와 은메달 2개를 보유하게 된 볼트는 남자 선수 중 최다 메달(11개) 순위에서도 루이스를 넘어 단독 1위로 올라섰다. 볼트가 이번 대회 200m와 400m 계주에서 메달을 추가하면 역대 세계육상선수권 최다 메달 기록에도 근접하게 된다. 남녀 합해 세계선수권 최대 메달리스트는 여자 스프린터 멀린 오티(슬로베니아)다. 오티는 금메달 3개, 은메달 4개, 동메달 7개 등 총 14개를 보유하고 있다. 볼트는 올림픽에서도 2008년 베이징 대회와 2012년 런던 대회 100m, 200m, 400m계주를 석권해 6개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게이틀린은 0.01초 차이로 볼트에게 져 2위(9.80)에 자리했다. 볼트와 나란히 선두로 치고 나간 게이틀린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결승선 안으로 들이밀었지만 한발 늦었다. 게이틀린은 이번 대회에서10년 만의 복권을 노렸지만 결국‘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볼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게이틀린은 2004년 아테네 올림픽과 2005년 헬싱키 세계선수권 100m를 석권했지만 2006년 금지 약물을 복용해 4년동안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게이틀린은 레이스를 마친 후 아쉬움의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중국의 쑤빙톈(26)이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세계육상선수권 남자 100m 결선에 진출했으나 10초06으로 뒤쳐졌다. 쑤빙톈은 앞서 100m 준결승 1조에서 9초99를 기록하며 조 4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1983년 1회 대회부터 2013년 14회 대회까지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아시아 선수가 남자 100m 결선에 진출한 것은 쑤빙톈이 처음이다.
한편 전날 남자 100m 예선에 나섰던 김국영(24ㆍ광주광역시청)은 예상 외의 부진한 성적에 고개를 숙였다. 김국영은 예선 1조 경기에 출전해 10초48로 7위를 기록해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김국영은 2015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10초16을 기록하며 자신이 보유한 한국 신기록을 경신했고 한국 육상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에 자력으로 출전티켓을 따내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은 10초16에 0.32초나 뒤진 기록이 나왔다. 김국영은 레이스를 마친 뒤 “10초4대 최악의 기록이 하필 세계선수권에서 나왔다”며 “큰 경기에서 실력 발휘를 못 한 건 내 탓이다”라고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영국 장거리 영웅 모 파라(32)는 남자 1만m 2연패에 성공했다. 파라는 27분01초13을 기록해, 27분01초76으로 레이스를 마친 게오프리 킵상 캄워러(케냐)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3년 모스크바 대회에서도 1만m 우승을 차지한 파라는 이번 대회에서도 정상을 지켰다. 이로써 파라의 세계선수권 메달은 5개, 금메달은 4개로 늘었다.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5,000m 정상에 오른 파라는 1만m에서 은메달을 추가했다. 2년 뒤 모스크바 대회에서는 5,000m와 10,000m를 석권했다. 파라는 29일 5,000m 경기에 출전해 2개 대회 연속 2관왕에 도전한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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