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끊이지 않는 난민 행렬에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이탈리아 당국은 22일 하루 동안에만 3,000명에 달하는 지중해 난민을 구조하고, 그리스에서는 난민 수백명이 무리하게 이동을 시도해 경찰과 충돌을 빚는 등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23일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해양경비대는 전날 지중해에서 20여척의 난민선이 표류했다는 조난 신호를 받고 출동해 3,000명을 구조해냈다. 이는 하루 동안 진행된 구조작업 중 사상 최대 규모로, 이탈리아 해군함정 6척과 노르웨이 함정 1척이 동원됐다.
출동한 군함 가운데 2척은 이날 침몰 위기에 처한 난민선에서 각각 507명, 432명의 난민을 구조해냈다. 이들 난민은 21일 나무배나 고무보트를 타고 리비아를 떠나 22일까지 밤새 항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난민 1,000여명 역시 제대로 된 항해가 불가한 난민선을 타고 이탈리아를 향하고 있었다. 구조된 이들 가운데에는 신생아 등 아이와 동행한 부녀자 311명이 포함됐으며, 영유아는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보트에 옮겨져 24일 이탈리아 칼라브리아주에 도착할 예정이다.
최대 규모의 난민 구조 소식을 들은 이탈리아 중도우파 정당 ‘포르자 이탈리아’의 바우리지오 가스패리 상원의원은 이날 “국력을 사용해 인신매매업자들을 도와주고 있는 격”이라며 “이대로 두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反)이민을 내건 우파 정당 ‘노선 리그’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난민을 돕고 구조하고 돌봐주되, 이 땅에 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22일 그리스에 머물던 난민 수백명이 마케도니아 영토로 한꺼번에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과 충돌을 빚어 최소 25명이 부상했다. 현지 경찰은 당초 아이를 데리고 있는 난민 소수만 진입하도록 국경을 열었으나, 수백명의 무리가 일시에 경찰 저지선으로 달려들면서 충돌이 일어났다. 경찰은 섬광수류탄까지 동원해 행렬을 막았지만 난민들은 이를 제치고 철도역이 있는 인근 마을로 달려갔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올 1~6월 지중해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난민이 34만명에 달하며 특히 그리스에 16만명, 이탈리아에 10만명이 쏟아져 들어갔다고 발표했다. UNHCR에 따르면 이들은 이탈리아와 그리스 등 남유럽을 거쳐 최종적으로 서유럽이나 북유럽에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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