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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자들 칠보공예 만들며 새 삶 그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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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피해자들 칠보공예 만들며 새 삶 그리죠"

입력
2015.08.2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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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ㆍ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자립 돕고자 빈 가옥 임대해 설립

"초기엔 경영난 등 위기 있었지만 거쳐간 7명 홀로서기해 보람 느껴"

19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 무지개공방 작업장에서 과거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칠보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19일 경기 안성시 공도읍 무지개공방 작업장에서 과거 범죄 피해를 입은 여성들이 칠보공예품을 만들고 있다.

김미선(27ㆍ여ㆍ가명)씨는 초등학교 3학년쯤부터 큰아버지의 몹쓸 짓에 시달렸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와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어머니, 어린 오빠와 남동생은 그의 우산이 되지 못했다.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눈치를 챈 선생님이 경찰에 신고를 해 큰아버지는 죄값을 치렀다. 하지만 어두웠던 과거를 들킬 것 같아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일자리를 얻는 것도 두려웠다.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그에게 손을 내민 건 경기 안성에 있는 ‘㈜무지개공방’이었다.

무지개공방은 (사)평택ㆍ안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센터)가 범죄피해자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2011년 7월 안성 공도읍의 빈 가옥을 임대해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미선씨는 그 해 10월쯤부터 이곳에 취직해 칠보공예를 배운 뒤 장신구, 명함케이스, 볼펜 등에 덧댄 얇은 동판에 색소를 넣은 규석가루로 그림을 그리며 마음을 치유했다.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과 의지하며 생활하다 보니 자폐증세도 없어졌고 120만원 안팎의 월급도 차곡차곡 모아 가족을 챙길 여유도 생겼다.

그녀는 무지개공방 취업 1년6개월여 만인 2013년 3월쯤 평생 반려자를 만나 새 삶을 살고 있다.

남성숙(62ㆍ여) 원장은 “미선이는 처음 들어와서 누군가가 다가가기만 해도 소스라치던 아이였다”며 “공예품을 다듬고 빚으면서 마음의 문이 열렸고, 지난해에는 출산한 아이의 100일 떡까지 가져오는 걸 보면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무지개공방 설립은 일회성, 단발성에 그치는 정부의 범죄피해자 정책을 아쉬워하던 센터 회원들의 고민에서 출발했다. 심리 치료효과도 있는 칠보공예로 제품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피해자들의 홀로서기를 돕자고 의견을 모았다. 오원석(63) 이사장 등 회원 10여명이 십시일반으로 1억5,000만원을 모아 자본금을 만들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등의 도움을 얻어 가정폭력 등의 피해자나 가족 등 5명을 고용했다.

의욕 넘치게 출범한 무지개공방이었지만, 자리를 잡기까지는 순탄치 않았다. 초기에는 칠보공예에 적응하기 위해 6개월 이상을 교육에만 투자해야 했고, 겨우 제조 실력을 갖추게 되니 이번엔 시중 제품에 뒤쳐지는 디자인과 판로 개척 등이 발목을 잡았다. 매년 3,000만~4,000만원의 적자가 쌓였고 결국 올해 다시 자본금 5,000만원을 증자했다. 전문 디자이너 1명도 추가로 고용했다.

경영난 등은 있지만, 무지개공방이 피해자들에게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동안 거쳐간 피해자 7명은 모두 결혼이나 취직 등을 통해 새 출발했다. 현재 머물고 있는 5명도 매월 한 차례 안성 양성면에 있는 중증장애인 보호시설 ‘혜성원’에서 강습을 할 만큼 수준급 실력을 뽐내고 있다.

이태곤(60) 무지개공방 대표는 “2012년 12월 법무부를 통해 원목 필통 명함꽂이를 선물 받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한국의 아름다운 미가 담겼다’고 칭찬했다”며 “여전히 많은 어려움이 많지만, 상처를 가진 이들이 힘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그들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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