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상대 연타석 아치
현지 언론 "관중 기립 유도" 찬사
亞선수 데뷔 시즌 최다 홈런 성큼
피츠버그 강정호(28)의 후반 질주가 거침이 없다. 아시아 출신 타자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까지 갈아치울 기세다.
강정호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PNC캠프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홈 경기에 4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2홈런) 2타점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진출 후 첫 멀티 홈런(한 경기 2홈런 이상)을 폭발시켰다.
강정호는 0-1로 뒤진 5회 말 상대 선발 마이크 리크의 5구째 시속 91마일(146km) 싱커를 공략해 중월 동점 솔로포(시즌 11호)를 터트렸다. 이어 1-1로 맞선 7회 말에도 헌터 스트릭랜드의 몸쪽으로 낮게 제구된 98마일(158km) 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39m의 대형 역전 홈런이자 연타석 아치였다. 강정호는 이 홈런으로 시즌 100안타 고지도 함께 밟았다.
강정호의 대포 2개와 스탈링 마르테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피츠버그는 3-2로 이겼다. 경기 후 피츠버그 지역 매체 피츠버그 포스트 가젯은 ‘강정호가 멀티 홈런으로 홈 관중을 기립하게 만들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이 매체는 피츠버그가 지난해 12월 강정호를 영입하겠다며 제시한 최고응찰액이 500만2,015달러(약 55억원)였던 점을 거론하면서 500만달러에 굳이 2,015달러를 더한 것은 (강정호의 활약으로) 올해가 피츠버그에 특별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놀라운 상승세다. 강정호는 전반기 72경기에서 4홈런을 때려내는 데 그쳤지만 후반기 32경기에서는 벌써 8번의 아치를 그려냈다. 총 104경기 12홈런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산술적으로 시즌 최종 19개의 홈런을 때려낼 수 있다. 역대 아시아 선수 중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최다 홈런(18개) 신기록까지 넘볼 수 있는 숫자다.
빅리그 첫 해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낸 아시아 선수는 일본인 포수 조지마 겐지다. 그는 시애틀 소속으로 2006년 메이저리그 무대를 처음 밟고 그 해 18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 뒤를 마쓰이 히데키(16홈런)와 이구치 다다히토(15홈런)가 잇고 있다.
한국인 타자로는 강정호가 추신수와 최희섭을 제치고 이미 최고의 데뷔 시즌을 써내려 가고 있다. 한 방을 때릴 줄 아는 거포이면서 3루와 유격수 자리에서 안정적인 수비까지 펼치는 강정호는 동양인 내야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통하기 힘들다는 편견까지 허물고 있다.
팀내 경쟁자들이 복귀하고 있지만 주전 싸움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주전 내야수 조디 머서와 조쉬 해리슨이 부상으로 빠진 사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었던 피츠버그의 내야를 지탱한 힘도 강정호에게서 나왔다. 강정호는 시즌 초까지 이들의 '백업'에 그쳤지만 최근 눈부신 성장세로 밀리지 않는 입지를 구축했다.
해리슨은 복귀 첫 경기였던 2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23일에도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머서 역시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강정호는 남다른 경쟁력으로 앞서가고 있다. 머서는 부상으로 빠지기 전까지 올해 80경기에서 타율 0.242, 2홈런 19타점에 그쳤다.
한편 텍사스의 추신수(33)도 3경기 만에 무안타 침묵에서 벗어났다. 추신수는 이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필드에서 계속된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원정경기에서 4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3경기 만에 안타를 쳐낸 추신수는 시즌 타율을 0.243(404타수 98안타)으로 유지했다. 텍사스가 5-3으로 이겼다.
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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