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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전 도난 소원화개첩, 도굴범은 행방 안다는데…

입력
2015.08.2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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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절도 일인자 "도쿄에 있다"

경찰, 5년 전 국제수배 불구 못 찾아

문화재 도난 미제사건 수두룩

‘소원화개첩’(小苑花開帖·사진). 조선시대 명필가이자 세종의 셋째 아들인 안평대군의 글씨로 1987년 국보 238호로 지정됐다. 비단에 쓴 이 작품은 A4 용지보다 약간 작은 크기지만 국내에 현존하는 안평대군의 유일 작품이라 값을 매길 수 없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소장자는 개인으로 서울 인사동에서 화랑을 운영한 서모(87)씨다. 그런데 서씨는 2001년 3월 집(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을 한 달 비운 사이 소원화개첩 등 미술품과 골동품 수십 점을 도난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사건 초기 서씨 집에 고가 골동품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던 점에 비춰 단순 절도범 소행으로 여겼지만 단서나 실마리를 찾지 못해 사건은 흐지부지됐다.

미제사건 10년만인 2010년 경찰은 소원화개첩을 비롯한 도난 골동품 29점을 인터폴에 국제 수배했다. 이름이 널리 알려진 국보인 만큼 국내 은닉보다는 해외유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다. 소원화개첩이 사라진 지 이제 15년째다. 문화재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계자는 “국내든, 해외든 소원화개첩의 소재에 대한 단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내 문화재 도굴 일인자인 서상복씨가 보낸 옥중 편지. 그는 2011년 4월 출소하기 전까지 5년여 동안 도난 문화재를 둘러싼 밑바닥 이야기를 수백 통의 편지에 담아 보냈다.
국내 문화재 도굴 일인자인 서상복씨가 보낸 옥중 편지. 그는 2011년 4월 출소하기 전까지 5년여 동안 도난 문화재를 둘러싼 밑바닥 이야기를 수백 통의 편지에 담아 보냈다.

그런데 문화재 도굴범인 서상복씨는 “소원화개첩이 일본에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모 식당 주인이 가지고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장소와 소장자, 유출과정의 중간 브로커까지 알고 있다고 밝혔다. 2011년 4월 출소한 서씨가 수감생활 중 기자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다. 서씨는 문화재 전문가와 수사기관에서 인정하는 문화재 절도 일인자로, 전국의 사찰, 고택, 박물관 중에 그에게 털리지 않은 곳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는 최근 소유권 분쟁과 출처 논란이 일고 있는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갑작스런 출현에도 간여돼 있다.

편지에 적은 내용을 보면 서씨나 그의 조직이 소원화개첩을 직접 훔쳤거나, 실제 절도범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이 있다. 기자는 소원화개첩의 유출 경위 등 구체적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최근 수 차례 서씨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평소 과장하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서씨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서씨는 앞서 편지를 통해 세계 최고(最古ㆍ1377년)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일명 직지) 상권 2권을 서울 봉원사와 경북 안동 광흥사에서, 이보다 50년 정도 앞선 금속활자본 불경(佛經)을 경주 기림사에서 도굴했다(2007년 6월7일자 본보 2면)고 주장했지만 실물 확인이 되지 않았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문화재수사 전담팀장을 맡았던 이영권 경감은 “서씨 주장 중에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사건도 많아 편지 내용을 그대로 믿기 힘든 측면도 있다”며 “소원화개첩 등 국가지정 문화재는 선의취득 배제 사유에 해당돼 공개적인 거래는 기대하기 힘들고 밀매매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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