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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김원봉 아내 박차정 등 혁명가부터 주부까지 경남지역 여성 210명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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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김원봉 아내 박차정 등 혁명가부터 주부까지 경남지역 여성 210명의 삶

입력
2015.08.21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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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한민국 경남 여성 이혜숙ㆍ강인순 지음 경상대출판부 발행ㆍ382쪽ㆍ1만8,000원
나는 대한민국 경남 여성 이혜숙ㆍ강인순 지음 경상대출판부 발행ㆍ382쪽ㆍ1만8,000원

서울이 아닌 지역의, 남성이 아닌 여성의 삶과 활동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눈에 띄는 책이다. 지역여성운동을 연구해온 여성 사회학자 두 명이 해방부터 오늘까지 경남 지역 여성의 역사 70년을 10년 단위로 정리했다. 역사 서술이 서울과 남성 중심으로 이뤄져 온 탓에제대로 된 관련 자료가 별로 없어 공식 기록 외에 비공식 기록, 신문, 인터넷, 심층면접과 구술 생애사 조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했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기 혁명가부터 평범한 주부까지 210여 명의 경남 여성이 등장한다. 요즘 화제의 영화 ‘암살’의 항일투사 김원봉 선생의 부인, 박차정(1910~1944)도 그 중 하나다. 국내에서 항일운동을 하다가 옥고를 치른 뒤 중국으로 망명한 그는 1931년 김원봉과 결혼했다. 남편과 함께 조선혁명간부학교를 세워 교관으로 활동하는 등 조국 광복에 헌신하다가 중국 강서성 곤륜산에서 일본군과 전투 중 입은 총상 후유증으로 1944년 순국했다. 만 34세, 젊은 나이였다. 해방 후 김원봉 선생은 부인의 유골과 피 묻은 적삼을 자신의 고향인 밀양 부북면 감천리 뒷산에 묻고 통곡했다고 한다.

1945년부터 2015년까지 긴 세월이 경남 여성의 삶에 남긴 자국과, 그 시절을 건너간 그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전체의 맥락과 이어지면서 동시에 지역의 특성을 보여준다. 특별한 여성뿐 아니라 평범하게 살았던 여성의 이야기를 폭넓게 다루고 있는 것이 뜻깊다.

산업화 바람이 불었던 1970년대 경남 지역 신문에는 여성의 다양한 경제 활동이 등장한다. 당시 마산수출자유지역에서 열악한 노동 조건 속에 일하던 여성 노동자를 비롯해 버스 안내양, 미용사, 파출부, 봉투 붙이기 부업으로 생계를 돕는 여성 등 빛바랜 스크랩으로 남은 역사를 불러냈다.

1940년대 해방 전후로 돌아가면 판자촌, 가정생활과 시집살이 등의 풍경이, 1950년대로 오면 여성 빨치산과 전쟁 미망인, 현모양처론, 축첩 반대 운동 등 전쟁의 그늘과 전후 세태가 보인다. 경남 여성은 4ㆍ19혁명과 1979년 부마민주항쟁에도 참여했다. 경남에서 여성 운동이 본격화한 것은 1990년대에 와서다. 이후 여성의 정치세력화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는 2000년대부터 성 평등 운동이 전면에 부상하는 오늘날까지의 역사가 차례로 펼쳐진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전 부문에 걸친 이야기라 깊이 들어가진 않지만, 전반적인 흐름을 읽는 데는 유용하다. 본문 앞에 사진 화보를 따로 구성했고, 본문 곳곳에도 각종 자료 사진을 넣어 그 시대를 짐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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