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ㆍ두 아이 양육 3개국 워킹대디
양육 고충ㆍ보람 털어놓는 시간 가져
휴직ㆍ재택근무 가능한 외국과 달리
한국 맞벌이 양육환경 '산너머 산'
“첫 딸에게 9개월, 둘째 딸에게 8개월 동안 사용한 육아휴직은 살면서 가장 잘 한 일이었다.”(스웨덴 아빠 마티아스 주씨)
“매일 오후 4시에 퇴근해 오후 8시까지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미국 아빠 대 킴씨)
“회사에서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했다.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환경이 안 돼 있다”(한국 아빠 김용범씨)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하는 한국, 스웨덴, 미국 아빠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공교롭게도 모두 두 아이를 키우는 40대 전후의 아빠들이었지만, 양육 환경은 천지 차이였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컨퍼런스 ‘나는 행복한 워킹대디’. 사단법인 여성ㆍ문화네트워크가 주최한 이 컨퍼런스에 마티아스 주(41ㆍ스웨덴) 주한스웨덴대사관 참사관, 대 킴(38ㆍ미국) 주한미국대사관 부영사, 김용범(41)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담당관, 유재구(45)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정우열(35ㆍ정신건강의학전문의ㆍ이상 한국)씨가 각국 ‘워킹 대디’의 대표로 나왔다.
여러나라 아빠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이는 스웨덴 아빠 마티아스 주씨. 주씨는 변호사 출신의 10년 차 외교관으로 8살, 5살 딸을 두고 있다. 경제학자인 아내가 1년 휴직 뒤 복귀하자 주씨는 뒤이어 8,9개월씩 휴직했다. 육아 경험을 꼭 해보고 싶었고, 동료들도 격려해줬다. 육아휴직 급여가 월급의 60~70%라 경제적 어려움도 별로 없었다. 복직 후에는 부부가 서로 일찍 귀가하는 요일을 정해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주씨는 “일찍 귀가하는 날은 오후 4시에 퇴근했는데, 아침 일찍 출근하거나 아이를 재운 후 집에서 업무를 봤다”며 “스웨덴은 아이가 아플 때 재택근무 등을 하며 아이들을 돌볼 수 있는 점이 좋다”고 말했다. 육아휴직일 중 60일은 남성이 쓰도록 하는 스웨덴은 남성의 90%가 육아휴직을 사용,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다.
미국은 유럽 같은 정부차원의 휴직제도는 없지만 “남성의 육아 참여가 가족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 미국 아빠 대 킴씨는 두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열 여섯살 아들과 세 살 딸을 둔 그는 “일하는 시간 외의 시간은 모두 가족과의 시간”이라며 “총각 때는 퇴근 후 술을 마시는 것이 재미있었지만 지금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킴씨의 4시 퇴근은 컨퍼런스 참가자들의 부러움을 샀다.
하지만 ‘한국 아빠’ 김용범씨의 상황은 달랐다. 두 살인 첫째 딸의 육아휴직이 끝나 지난해 11월 둘째를 임신한 상태로 복직한 아내가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났기 때문. ‘이산 가족’이 되지 않기 위해 서울이 직장인 김씨가 육아휴직을 했는데, 아이 키우기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김씨는 “집 근처 어린이집에 첫 딸을 보내려면 2년을 기다려야 했고, 결국 먼 곳에 보내게 됐는데 6개월인 둘째를 맡길 곳이 없어 항상 차에 태워 다닌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한 달에 1시간만이라도 아이 양육을 체험해 본다면 무엇을 고쳐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컨퍼런스가 3시간이나 계속됐는데도 아빠들에 대한 객석의 질문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아빠 육아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다. 마티아스 주씨는 ‘우리가 가진 가장 귀한 자산은 시간’이라는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의 말을 인용하며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며 “한국도 스웨덴처럼 남성의 육아 참여를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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