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류량 5암페어. 이걸로는 전자레인지나 에어컨을 돌릴 수 없다. 선풍기 틀어놓고 TV 보는 것도 안 된다. 많이 불편하겠다. 실제로 해봤더니? 그리 불편하지 않고 아주 상쾌하더란다!
이 책은 집안에서 어지간한 가전제품을 추방한 채 전류량 5암페어에 맞춰 살아본 일본 기자의 초절전 생활기다. 일본에서는 전력회사에 따라 전류량을 각 가정의 사정에 맞게 제한하는 계약을 할 수 있는데, 그는 최저 기준 5암페어를 택했다. 절전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냐 싶은 도전을 하게 된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다. 2011년 3월 당시 현장을 취재한 그는 6개월 후 도쿄로 발령을 받았는데, 대도시로 오자 전에는 아낌없이 쓰던 전기가 싫어졌다. 후쿠시마의 고통은 다 잊어버렸다는 듯이 전기를 펑펑 쓰는 것도, 원전 재가동을 발표한 일본 정부도 못마땅해서, 말로만 비판하지 말고 행동으로 옮길 것을 결심했다, ‘전기에서 자유로워지자’고.
생활을 싹 바꿨다. 청소기 대신 빗자루, 에어컨 대신 선풍기, 전기밥솥 대신 냄비, 전자레인지 대신 찜통을 쓰고, 냉장고는 최소 용량으로 줄이고 조명전구도 꼭 필요한 것만 두고 다 빼버렸다. 세탁기와 비데는 끝내 이별하지 못했지만, 전체 전력 소비량은 확 줄었다. 집을 비울 때는 아예 차단기를 내려도 될 정도로.
금욕적인 극한 체험을 하려고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오래 계속할 수 있게 무리하지 말자는 원칙을 세우고 지켰다. 전기료 아끼자고 벌인 일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일부러 택한 불편은 생각보다 덜 불편했고, 전에는 몰랐던 새로운 즐거움을 주었다고 한다. 읽고 나면 한 번 따라해보고 싶어진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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