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내 불협화음 이례적 보도
경기 둔화에 반대파 목소리 커져
권력 투쟁의 신호탄 될지 주목
중국 관영 매체들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개혁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내 불협화음을 관영 매체가 보도하는 건 중국 언론환경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치열한 권력 투쟁의 신호탄이 아닌지 주목된다.
중국 관영 CCTV 인터넷판과 당 기관지 광명일보(光明日報)는 지난 19일 ‘개혁에 대한 믿음을 확고히 하면서 신념과 뚝심을 유지해야 한다’는 제목의 논평을 실었다. 필자는 ‘궈핑(國平)’으로 발표됐는데, 관영 매체들이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당의 입장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허구의 필명이다.
이 글은 “개혁이 심화하며 정치 경제 사회 군사 외교의 심층적 문제와 중국 경제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를 다루려고 하자 난관과 저항이 커지고 있다” 며 “개혁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개혁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완고하게 고집을 부리며 복잡하게 반대하는 행태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 글은 특히 ‘대나무가 청산을 꽉 깨 물어 놓아 주지 않는다’는 시 구절을 인용한 뒤 “동서남북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와 방해해도 개혁에 대한 신념은 전혀 흔들리지 않아야만 한다”고 주문했다. 평론의 제목은 최근 시 주석이 중앙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제15차 회의에서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관영 매체들이 이런 글을 실은 것은 시 주석의 반(反)부패 투쟁과 개혁이 반대파의 저항에 흔들리고 있다는 조짐이라는 게 전문가들 해석이다. 은퇴한 지도자들, 힘이 약해진 간부들, 불만을 느끼는 공무원 등이 반대파가 관측된다. 특히 최근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증시 폭락세도 이어지며 반대파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지난 10일 ‘사람이 떠나면 차가 식는 것은 당연한 이치’(辯證看待人走茶凉)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부 당 간부가 은퇴하고 난 뒤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며 새 지도부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민일보가 당 원로를 공개 비난한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특히 이 글은 당 최고 지도부와 원로들의 매년 여름 비밀 회동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가 열리는 도중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시 주석이 사실상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에게 마지막 경고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정적들을 공격할 때 당 기관지의 평론을 동원하는 일이 종종 있다. 문화대혁명도 마오쩌둥(毛澤東)의 부인 장칭(江靑)이 1965년 상하이(上海)의 문회보(文匯報)에 한 연극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하며 시작됐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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