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평화기행 '보따리' 프로젝트
국내 만화가 등이 전시회ㆍ콘서트
베를린ㆍ보훔 등 현지인들 큰 호응
우리나라 만화가와 예술가들이 2차 대전의 상흔이 남은 유럽 각지를 순회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뿐 아니라 전쟁의 참상을 알리며 반전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21일 사단법인 우리만화연대에 따르면 이달 14일부터 독일의 베를린ㆍ보훔ㆍ드레스덴, 체코 프라하,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한국여성인권재단이 후원하는 2015 유럽평화기행 ‘보따리(BOTTARI)’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고경일 상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법적 배상과 공식 사죄를 요구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의 보따리’를 ‘기억의 보따리’에 담아 세계에 알리자는 뜻에서 프로젝트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지난해 초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벌에서 큰 호응을 받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의 후속작이다. 위안부 피해자뿐만 아니라 전쟁 중 성범죄로 피해를 입은 여성과 어린이 문제도 함께 부각시켜 좀 더 보편적인 반전 메시지를 담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우리만화연대 소속 만화가 20명은 ‘일본군 위안부 풍자 만화전’을 열고, 환경예술인모임 ‘구루(GURU)’ 소속 무용수ㆍ가수ㆍ연주자ㆍ영상작가들은 ‘보따리 콘서트’를 열어 가야금 병창과 팬드럼ㆍ통기타 연주, 무용 및 영상전을 진행한다. 일본 독일 체코 러시아 등 4개국의 작가ㆍ공연가들도 취지에 공감, 자원봉사자로 함께 하고 있다.
14일 독일 베를린과 17일 보훔에서 한 전시와 공연은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뿐 아니라 현지 주민들도 행사장을 찾았다. 광복절인 15일에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매년 모이는 전독일 한인회 8ㆍ15광복절 행사장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행사장에선 참가자들이 세로 2m, 가로 10m의 캔버스 천에 화합과 통일을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크기와 색깔의 원을 그려 넣었다. 이튿날에는 위안부 할머니와 모든 여성들이 차별과 억압, 폭력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날기를 염원한다는 의미로 캔버스 천을 손수 그린 나비들로 채웠다.
고경일 교수는 “현재 살아 계신 마흔일곱 분의 위안부 할머니들 목소리에 우리 예술가들이 너무 늦게 귀 기울인 것 같아 죄송하다”며 “앞으로도 할머니들의 권리를 되찾고 전쟁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이날 독일 드레스덴, 23일 체코 프라하, 2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남은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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