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남편의 병원비 마련을 위해 억대의 곗돈을 들고 도망친 계주가 1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 가락시장 상인들로 구성된 낙찰계 계원 3명의 곗돈 1억2,000만원과 계원에게 빌린 4,000만원 등 총 1억6,000만원을 들고 달아난 혐의로 A(74ㆍ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1985년부터 가락시장에서 배추와 무 등을 파는 소매점포를 운영하며 상인들을 상대로 1년 단위 낙찰계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8월 점포를 그대로 둔 채 돌연 종적을 감췄다. 당시 낙찰계 모임에는 계주인 A씨를 포함해 총 12명의 계원이 있었는데, A씨는 낮은 낙찰가를 써낸 순서대로 곗돈을 지급해 왔다.
조사결과 A씨는 양쪽 귀가 거의 들리지 않는 남편과 지병을 앓고 있던 아들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치료비와 점포 외상대금 등으로 곗돈을 모두 사용해 갚을 방법이 없다”고 진술했다. A씨의 아들은 얼마 전 사망했다.
A씨는 도피행각을 벌이면서 본인 명의의 휴대폰을 해지하고 자신이 다니는 병원에 주소를 허위 기재하는 수법으로 수사망을 피해왔지만, 경찰의 추적 끝에 이달 초 광진구 소재 딸 집에서 체포됐다. 경찰은 A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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