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이래 서양의 과학은 이 우주를 이루는 근본 구성요소를 찾아왔다. 물질을 원자로 환원한 후 다시 원자를 쪼개서 원자핵과 전자를 얻었고 원자핵을 쪼개 양성자와 중성자를 얻었으며 이를 또 쪼개 쿼크를 발견했다. 부분을 이해하면 전체를 이해하기 쉬워진다는 환원주의의 접근법을 따라 과학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이 우주를 레고 블럭으로 만든 커다란 구조물이라 가정해보자. 우리는 이제 우주 구조물에 사용된 몇 가지 레고 블럭의 기본 모형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레고 블럭으로 우주를 재조립해낼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재조립 과정이 당초 예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연은 재조립하는 방법이 하나뿐인 잘 설계된 퍼즐이 아니라 복잡성이라는 성질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복잡계 이론은 바로 이렇게 환원주의적 접근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노력으로 탄생했다. 저자 닐 존슨은 “복잡성에 관한 정량적인 이론 탐구의 바탕에 깔린 철학은 우리가 어떤 개체들의 집합체가 만들어낼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꼭 그 개체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순한 조각들이 단순한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하더라도 엄청나게 다양한 결과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것이 바로 복잡성의 본질이다”(40쪽)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을 저술할 당시의 목표 여섯 가지를 서문에서 밝히고 있는데 그 첫째가 나이나 배경, 과학지식의 수준에 상관없이 광범위한 독자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라고 하였으니 이 책이 결코 난해할 수 없다.
닐 존슨이 정의하는 복잡계는 어떤 것일까? 그에 의하면 복잡계는 다수의 상호작용하는 개체 또는 행위자의 집합체를 포함하며 개체들의 행태는 기억 또는 되먹임(feedback)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런 행위자 집합이 한정된 자원을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모두 같은 종류의 되먹임을 받게 되면 마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통제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를 자기조직화라 하며 ‘자기조직화 하는 집합적 현상이 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것을 창발이라고 한다. 이 결과 복잡계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며 질서정연한 행태와 무질서한 행태가 복잡하게 뒤섞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제1부는 파일 정리의 사례라든가 모던 재즈의 음계, 술집 선택 전략 등의 사례를 동원한 상세한 설명을 통해 복잡계의 개념을 충실히 다진다. 2부에서는 복잡계 과학의 다양한 현실 적용 사례가 제시된다. 예를 들어 교통 혼잡을 덜려면 적정한 우회도로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 왜 완벽한 주가 예측 모델은 있을 수 없는지, 전쟁의 거듭제곱 법칙이란 무엇인지, 암을 고사시키려는 새로운 치료법의 원리는 무엇인지 등의 사례가 등장하는데 우리가 알던 과학이 맞나 싶을 정도로 우리의 실생활을 파고든다.
퀴즈! 완벽한 파트너, 천생연분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지금 당장 사귈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을까? 복잡계 과학이 주는 답이 궁금한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는 게 좋겠다.
‘과학책 읽는 보통 사람들’ 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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