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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서 포탄 궤적 포착→DMZ 내 포성→軍 "사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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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서 포탄 궤적 포착→DMZ 내 포성→軍 "사격 개시"

입력
2015.08.20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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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전단 공격했던 고사포

DMZ넘어 민가 인근 야산으로

軍 도발 원점 파악중 또 포성 감지

우리軍 자주포 일제히 불 뿜어

北, 예상 밖 반격에 멈칫한 듯 잠잠

20일 오후 비가 내린 뒤 안개로 뒤덮여 을씨년스럽던 비무장지대(DMZ) 서부전선 최전방. 적막하던 이곳이 북한군의 도발로 순식간에 열전(熱戰)의 도가니로 변했다. 우리 군은 갑작스런 도발에 맞서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게 수십 발의 화력을 동원해 응징에 나섰다. 전례 없이 강력한 대응에 북한군은 멈칫했고 더 이상의 추가도발은 없었다.

이날 오후 3시53분쯤 육군 28사단이 주둔하고 있는 경기 연천군 중면 지역에서 북쪽을 향하고 있던 대포병탐지레이더 화면에 이상한 물체가 잡혔다. DMZ 안쪽 북측지역에서 남으로 향하는 궤적이 포착된 것이다. 14.5㎜ 고사포 포탄이었다. 지난해 10월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응해 북한이 남측을 향해 여러 발 쐈던 무기다.

북한에서 날아든 1발의 궤적은 DMZ의 경계선인 남방한계선을 넘어 군사분계선(MDL) 이남 3㎞ 거리에 있는 민가 인근 야산에 떨어졌다. 야산에는 포탄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이 지역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와 불과 1㎞여 떨어진 곳이어서 북한의 위협사격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우리 군의 주둔지와는 거리가 멀어 경계병의 귀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레이더에 포탄의 궤적만 남았을 뿐이었다.

그러던 사이 DMZ 안쪽에서 연이은 포성이 들렸다. 오후 4시12분, 북한군이 1차 포격 이후 19분 만에 76.2㎜ 직사포로 2차 도발에 나선 것이다. 이번에도 도발원점은 DMZ 내부 북측지역이었다. 북에서 날아든 여러 발의 포탄이 MDL이남 700m 부근 우리 영토에 떨어지는 모습이 경계병들의 시야에 또렷이 들어왔다. 1차 도발 때와 달리 수 차례의 포성도 선명하게 들렸다.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명백한 도발이었다.

“사격 개시.” 오후 5시4분, 현장 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우리 군의 155㎜ 자주포의 포문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포탄 수십 발이 굉음을 내며 북쪽을 향해 날아갔다. 포탄은 북한군의 GP(전방초소)와 인접한 MDL이북 500m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자위권 차원에서 북한의 2차 도발 이후 52분 만에 이뤄진 강력한 수준의 대응사격이었다. 지난 4일 목함지뢰 폭발 당시 북한이 매설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해 보복 조치를 취하는데 주저했던 것과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랐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1차 도발보다 2차 도발이 더 위중하다고 판단해 2차 도발에 수준을 맞춰 응징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응사격에 앞서 합참은 오후4시 해당 6군단에 국지도발 대응 최고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또한 북한의 추가도발을 우려해 연천과 파주 등 인근지역 주민 수백 명도 안전하게 대피시켰다. 합참은 오후5시40분 전군의 경계태세를 최고수준으로 높였다.

서부전선의 포성은 잦아들었지만 이 지역의 긴장감은 오히려 고조되는 상황이다. 북한이 우리 군의 대응사격 직전인 오후5시쯤 총참모부 명의의 전통문을 국방부로 보내 “앞으로 48시간 내에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지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할 것”이라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제시한 1차 마지노선인 22일 오후5시를 전후해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북한군은 최근 포 사격훈련을 강화하고 DMZ에 있는 GP에서 남쪽을 향한 총구를 개방하는 등 여러 가지 무력도발 징후를 보였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군이 도발한 지점을 중심으로 후속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포격도발 경위와 의도를 집중 분석해 그 결과에 따라 대응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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