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사태는 1차적으로 총장 직선제를 둘러싼 교수회와 대학 간 갈등이지만, 한층 더 내려가면 정부가 국립대를 보는 잘못된 시각이 핵심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김재호 부산대 교수회장은 20일 본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지난 2012년 정부가 ‘국립대선진화방안’을 내놓은 뒤 학내에서 진행된 일련의 사태를 이 같이 정리했다. 총장을 어떻게 뽑을 것이냐는 방법론을 두고 벌인 싸움이기도 하지만, 그 이면에 대학을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이려는 정부의 일방적인 방침에 교수들이 학내 자율성을 지키고자 했던 노력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달 6일부터 대학 본관 앞에서 정부의 총장직선제 폐지 방침에 순응하는 김기섭 전 총장에게 ‘직선제 사수 약속을 이행하라’며 단식 농성을 벌이다 12일째 되던 17일 건강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김 회장이 구급차에 실려간 지 약 한 시간 뒤 고(故) 고현철 교수는 유서를 남긴 뒤 본관 4층 테라스에서 투신했다.
김 회장은 교육부가 국립대를 비효율적인 집단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대학을 ‘게으른 집단’, 교수들을 ‘게으른 교육자’로 보는 시선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다”며 “하지만 이는 대학의 본질을 전혀 알지 못하는 관료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갈수록 논문편수 등 각종 지표로 교수의 성과를 평가하는 추세가 보편화 되면서 연구자로서의 자존감이 짓밟히는 건 물론, 평생 과업으로 삼고 연구해야 할 시대적 과제들에는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총장직선제 폐지 논의가 고개를 든 건 대학에도 일정 부분 잘못이 있다고 그는 인정했다. 김 회장은 “직접 한 표를 행사해 총장을 뽑을 수 있게 한 소중한 권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 점도 있다”면서 “다만 이를 근거로 직선제 폐지 및 간선제 논의를 거론하는 건 과잉대응”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립대는 시대적 문제와 그에 따른 해법을 스스로 고민하는 곳인 만큼, 외압에 흔들리지 않도록 정부가 자율성을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수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