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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열병식 딜레마… 美 불편한 시선·서방국 보이콧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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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열병식 딜레마… 美 불편한 시선·서방국 보이콧에 고심

입력
2015.08.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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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상징성·외교환경 고려 필요

"참석 가닥불구 발표 늦출 것" 관측

中에 경도론 불거질 소지도 우려

美에 정부 입장 설명 이견 해소

中엔 북핵 관련 설득 요청할 수도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김하종 신부 등 각계 인사 2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기 앞서 참석자들과 나눔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어려운 여건에서도 나눔과 봉사를 실천한 김하종 신부 등 각계 인사 2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기 앞서 참석자들과 나눔 관련 동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홍인기기자 hongik@hankookilbo.com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9월3일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20일 전격 발표하면서 전승절 핵심 행사인 열병식에 참석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제반 사항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의 정치적 상징성과 미국ㆍ중국 사이에서의 난처한 외교 환경 등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결정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다만 청와대가 열병식 참석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에서 미국을 배려하고 국내 반대 여론을 달래기 위해 열병식 참석 발표 시기를 조율하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중국은 항일전쟁 승리 70주년을 맞아 전승절 행사를 대규모로 열면서 열병식을 처음 포함시키기로 하고 주요 50여 개국 정상들을 초청했다. 베이징 톈안먼( 天安門) 광장에서 열리는 열병식에는 중국군 1만여 명이 참여하며, 중국의 첨단무기가 총동원된다. 중국과 동북아 패권을 놓고 다투는 미국이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불편하게 바라보고 있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국가 정상들이 중국의 초청을 거절한 것에도 열병식의 영향이 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중국 방문 여부를 확정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전승절 행사 참석은 일찌감치 결정하고도 열병식 참석 문제를 놓고는 고민을 거듭하는 모양새를 취하는 것도 결국 미국의 시선 때문이다. 중국이 ‘군사굴기(군사적으로 우뚝 일어남)’를 과시하는 행사장에 박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나란히 앉아 있는 장면 자체가 중국 경도론에 불을 지피고 한미동맹 균열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가 가장 고민하는 대목이다. 외교가에서는 일본이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한중 공동의 반일 전선 형성 시도’ 등으로 왜곡해 악용할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또 열병식이 열리는 톈안먼 광장이 1989년 중국 당국이 민주화 운동을 잔인하게 탄압한 현장이라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20일 “항일의 의미가 담긴 전승절 참석과 열병식 참석은 정치적 함의가 달라 쉽게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한미 양국이 10월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미리 공개하는 등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비한 외교적 조치를 하고도 열병식 참석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는 것은 미국의 분위기가 여전히 냉랭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능성은 크지 않으나 북한군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면서 열병식에만 빠지는 것은 방중 의미를 퇴색시키고미국 눈치 보기 외교 등의 비판을 부를 것이라는 점도 청와대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중국은 미국 등 주요국가들이 전승절 행사를 보이콧 하자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간곡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에는 열병식 참석 관련 정부 입장을 충분히 설명해 우려를 해소하고 중국에는 열병식 참석을 내걸어 북핵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등과 관련한 협력과 이해 강화를 요청하는 전략을 청와대가 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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