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이 확정됐다. 청와대는 20일 9월3일 열리는 행사에 맞춰 박 대통령이 2~4일 중국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고, 4일 열리는 상하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도 참석한다. 그러나 전승절 행사의 핵심이자 논란의 중심인 열병식 참석 여부에 대해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혀 고민이 거듭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번 행사가 민감한 외교 현안으로 부각된 것은 정치적 함의 때문이다. 전승절의 공식 명칭인 ‘항일전쟁 승리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을 그대로 보면 일본 제국주의와 맞선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한다는 데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다. 더욱이 임시정부를 거점으로 중국과 공동으로 항일투쟁을 벌인 우리에게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승절을 통해 중국이 표방하려는 의도까지 감안하면 함의가 달라진다. 중국 정부는 일본을 뛰어넘은 아시아 최대 강국이자 미국과 함께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G2의 반열에 올랐음을 과시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자세다. 매년 건국일(10월 1일)에 하던 관례를 깨고 전승절에 대대적으로 열병식을 여는 것이나, 역시 처음으로 각국 정상을 대거 초청하느라 공을 들이는 게 다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영국 호주 등 서방 정상들이 초청에 불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의 부상을 제약하기 위해 동북아 안보지형을 새롭게 구축하려는 미국으로서는 굴기를 과시하려는 중국의 전승절 행사를 축하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동맹국 중 처음으로 전승절 참석을 결정한 정부의 고민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3각 공조에 부정적이라거나 일본에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선전할 구실이 되리라는 비판이 부담이 됐을 법하다.
그런데도 전승절 참석을 선택한 정부의 결단은 평가할 만하다. 북핵 문제에서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고, 중국이 우리 수출의 4분의 1이 넘는 세계 최대 교역상대국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이번 결정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 받는 눈치외교가 아니라 국익에 따라 외교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능동적 외교의 실례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의 연내 개최와 한일 정상회담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우리의 동북아 외교 입지를 넓히는 계기가 된다.
열병식 참석도 그런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전승절에는 가면서 열병식은 거부하는 것은 전승절 참석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시키는 것이자 의전상으로도 어색한 모습이다. 중국이 한국전쟁 때 우리에게 총을 겨눴던 상대였다는 과거의 감정은 성숙한 국민의식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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