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 경기 윈드서핑 국가대표 조원우 바이러스 감염
지도 코치 "물에서 냄새…만 안은 끔찍"
갈색 오염물질 경기장에 떠다니는데도
책임자는 "아픈 이유 아무도 몰라" 발뺌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온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수상 종목 경기장의 수질 오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올림픽 테스트 이벤트에 출전한 한국 윈드서핑 선수가 오염된 물에 노출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AP통신은 20일(이하 한국시간) 한국 요트 윈드서핑 RS:X 국가대표 조원우(21ㆍ해운대구청)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과나바라 만(灣)에서 경기를 하다가 고열, 탈수, 구토, 두통 등 증세를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조원우는 지난 13일부터 리우올림픽의 요트 종목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 중이었다.
조원우는 “내가 왜 아픈 것인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원우를 지도하는 옥덕필 코치는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아마 물 때문일 것”이라며 “물에서 냄새가 났고, 특히 만(灣) 안에서는 끔찍했다. 어떻게 여기서 레이스를 할 수 있는지 상상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원우는 이번 테스트 이벤트에서 공식적으로 병에 걸린 선수 4명 중 한 명이지만 AP통신은 이 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리우올림픽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해 꾸준히 문제 제기를 해왔던 AP통신은 지난 5개월간 브라질 바이러스학자와 개별 연구를 진행한 결과, 도시에서 배출된 하수로 인해 리우올림픽 수상 경기장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매우 위험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리우데자네이루시의 하수가 정화 처리되지 않은 채 그대로 강과 바다에 유입되기 때문이다.
브라질 당국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요트연맹(ISAF)으로부터 수질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지만 만(灣) 안에 떠다니는 부유물을 제거하거나 세균 모니터링 조사를 진행하는 등 미봉책만 세우고 있다. 당국의 이 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갈색 빛의 오염 물질이 경기장에 버젓이 떠다니고 있고, 테스트 이벤트에 참가한 선수들은 경기장 상황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으로 공유했다.
옥 코치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조원우가 안전하고 깨끗해야 할 올림픽 수역에서 경주 도중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같다. 10년의 노력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국제요트연맹(ISAF)은 선수들이 위험에 노출된 상황에서도 미온적인 반응이다. ISAF의 의료 사안을 총괄하는 네보샤 니콜리치 박사는“조원우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선수”라면서도 “누가 (조원우)가까이에서 재채기라도 했는지, 수질 때문인지, 아니면 그가 마신 물 때문인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애매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그는 “테스트 이벤트가 끝나면 질병 관련 자료를 더 모을 수 있을 것”이라며 “질병의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고, 선수들은 위험을 부담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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