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일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에게 징역 2년, 추징금 8억8,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금품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 인정 여부였다. 금품수수를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1심은 금품 공여자인 기업대표의 검찰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은 금품 공여를 부인한 기업대표의 법정 진술보다 검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2심의 손을 들어주었다.
주목되는 부분은 전원합의체를 구성한 대법관 13명 전원이 한 전 총리의 금품수수 행위 자체와 유죄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본 점이다. 사실상 13대 0의 판결인 셈이다. 다만 유죄로 인정할 금품수수 액수를 기소 혐의대로 9억원으로 하느냐, 아니면 일부 액수(6억원)에 대해 재심리 해야 하느냐를 두고 8대 5로 의견이 갈렸을 뿐이다. 이는 금품수수를 거듭 부인하며 완전 무죄를 주장해 온 한 전 총리 측 입장과 180도 다른 판단이다. 하지만 사건 관련자들의 진술과 정황 등을 두루 살펴 대법관 전원이 내린 결론인 만큼 반박의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새정치연합이나 한 전 총리 측이 대법원 판단을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해석할 경우 억지를 부리는 것처럼 비치기 십상이다.
재판은 검찰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러나 뒷맛은 개운치 않다. 수사 배경이나 의도, 수사 과정 등을 돌아보면 검찰이 수사의 정도를 걸었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0년 당시 한 전 총리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다. 하지만 검찰은 5만 달러 수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기소한 1차 사건에 대한 1심 무죄 선고가 나기 하루 전인 2010년 4월8일 한신건영 압수수색으로 2차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두 사건 수사가 6ㆍ2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 전 총리가 패배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 이후 1차 사건은 무죄가 확정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의 경우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게 검찰의 수사관행이란 점에서 직접 증거 없이 관련자 진술에 의존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진행한 검찰 수사는 표적 수사, 별건 수사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길이 없다. 권력 내부의 의중과 정치적 목적에 따라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이 동원되고 남용되어 검찰의 권력 예속 현상이 심화한다면 검찰 수사에 대한 신뢰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 검찰이 승소를 반기기 전에 정권과의 유착과 그 폐단의 과거를 되새겨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유다.
대법원도 정치적 논란이 큰 형사사건에 대한 판단을 2년 동안 지체함으로써 불필요한 억측과 오해를 피하지 못했다. 신중한 심리도 중요하지만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일수록 신속한 판단으로 소모적 논란을 불식시키는 것 또한 사법부의 역할이다. 이래저래 돌아볼 게 많은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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