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선수단.
10구단 체제로 시작한 올 시즌 LG는 야구 전문가들로부터 적어도 5강 후보로 꼽혔다. 한꺼번에 주축 선수들이 대거 이탈하지 않는 이상 전년도 4강에 오른 팀이 이듬해 가을야구 후보에서 제외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하물며 2년 연속 4강에 든 팀이라면 두 말할 나위도 없다.
야구인들은 한 해 반짝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과 2년 연속은 큰 차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KIA는 2005년과 2007년 전년도 4강 팀이면서도 최하위로 추락했다. '한 해 반짝'은 그만큼 전력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면 전력적인 요소 외에 경험과 분위기로 무장해 강팀의 궤도에 오를 기반이 다져졌다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LG는 올 시즌 쉽지 않은 사례의 주인공으로 자존심을 구길 공산이 커졌다. 20일 현재 48승62패1무로 8위 롯데(51승59패)에 3경기 뒤진 9위다. 사실상 5강에 도전할 동력이 사라진 LG가 지금 순위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팀 역사상 처음으로 9위에 머물게 된다. 게다가 최하위가 10구단 kt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꼴찌와 다름없다. 2년 연속 4강에 오른 팀이 3년째에 최하위로 추락한 건 2005년 KIA뿐이다.
1990년대 포스트시즌 단골 팀이었던 LG의 최대 강점은 신구조화에서 나오는 절묘한 하모니였다. 거기에서 비롯된 선수단의 융합과 더그아웃 분위기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타선이 터지면 무섭고, 한 번 이기면 연승으로 이어져 '신바람 야구'라 불렸다. 2002년을 끝으로 10년간 가을야구에 실패했을 때도 늘 시즌 개막을 앞두고는 4강 후보로 거론되곤 했다. 결국 LG의 문제는 전력보다는 구심점의 부재, 그리고 선수들 전체가 '한 번 해 보자'는 분위기의 쇄신이었고, 이를 2013년 김기태 감독이 입증했다.
그렇게 환골탈태했던 LG 더그아웃엔 올 시즌 웃음기가 사라졌다. 입지가 좁아진 베테랑 선수들은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잃었으며 그렇다고 중참이나 신예 선수들이 공감하는 방향도 아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간의 허심탄회한 소통은 언감생심이다.
김기태 KIA 감독은 LG 사령탑 시절 팀 성적이 부진할 때도 "우리는 성적은 안 좋아도 분위기는 최고"라는 말을 강조했고, 결국 기적 같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일궜다. 김 감독은 KIA에서도 이를 또 입증하고 있다. 성적이야 9위도 할 수 있고 꼴찌도 할 수 있지만, 10년 시련을 딛고 지난 2년간 '공든 탑'을 세웠던 LG의 올 시즌이 더욱 안타깝게 보이는 건 이 때문이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