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쯤 경기 안산시 사3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시화호 수변공원. 건장한 청년 두 명이 호수 횡단을 위해 2리터짜리 빈 페트병으로 만들어진 뗏목 ‘치유호’위에 올랐다. 구명조끼를 입은 이들은 인치광(25ㆍ충북대 도시공학과 4년), 유솔(25ㆍ한양대 건축학과 4년)씨. 안산고 동창이자 2011년 육군에 함께 입대할 정도로 절친 사이다.
이들이 이날 뗏목을 타고 호수에 뛰어든 것은‘구정물’ 오명에 시달리는 시화호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시화호는 1994년 1월 시흥시 정왕동 오이도와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 방아머리를 잇는 시화방조제(11.2㎞)가 완공되면서 생긴 인공호수. 한때 공장 오폐수와 생활하수가 고여 ‘환경오염’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지속적인 수질 개선 노력으로 지금은 수십만 마리 철새가 찾아오고 고라니, 삵 등이 서식하는 생태계 보고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여전히 시화호 하면 ‘더럽다’, ‘악취가 난다’는 등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이런 푸대접(?)을 참다 못한 대학생들이 행동에 나선 것이다. “집 옆에 있는 시화호는 경관이 좋고 철새와 물고기도 많아요. 사람들에게 재평가 받고 관심을 끌어보고 싶었어요.”
이들은 지난 6월 이런 뜻을 안산시에 전했고 시도 힘을 불어넣었다. 길이 2m, 폭 1m 크기의 뗏목에 쓴 페트병 230여개 대부분은 안산시가 SNS에 공지를 띄워 모은 것이다. 시의 도움을 받은 인씨 등은 나무로 지지대를 만들고 중심 추까지 달아 뗏목을 완성했고 ‘치유호’라는 이름을 붙였다. 자신들의 이름을 한 글자씩 딴 것이었지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의미도 담았다. 지난달 일정이 확정되고는 철인 3종 경기로 다진 체력을 바탕으로 하루 4,5㎞를 오가는 고된 훈련도 했다.
이날 횡단 코스는 출발지점에서 대부도 방아머리 옛 선착장까지 20여㎞ 구간이었다. 노 젓는 힘을 아끼기 위해 시화호 조력발전소 발전시간까지 계산에 넣었지만, 애초 예상한 6시간보다 2시간 가량 더 걸렸다. 해경과 해병전우회 등이 고무보트 등을 타고 동행해 안전사고에 대비했으나 무사히 모든 횡단을 마쳤다. 인씨는 “살아나는 시화호, 경관이 아름다운 시화호가 널리 알려졌기를 바란다”며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시화호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안산=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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