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지중해 합동훈련 3개월 만에 2단계로 블라디보스토크항 모여
中 해군 주력함·해병대 등 총출동… 美·日 도서 탈환 합동 훈련 겨냥
중국과 러시아 해군이 20일부터 동해에서 사상 최대 합동 군사훈련에 돌입했다. 120여년 전 서해와 110년 전 대한해협에서 일본에 패한 두 나라 해군이 손을 잡고 일본 코 앞에서 상륙 작전까지 염두에 둔 연합 훈련을 벌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의 ‘해상연합-2015(Ⅱ)’군사 훈련이 2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 앞 바다에서 막을 올렸다.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중러 해군 합동 훈련에는 양측의 함선 23척과, 잠수함 2척, 고정익 항공기(전투기) 15대, 함재 헬기 8대, 육군 대원 400명, 수륙 양용 장비 30대가 참여한다. 이를 위해 중국 해군 함정 편대가 20일 오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도착했다. 중국 해군 함정 편대는 21일 러시아 태평양함대와 훈련 발대식을 가진 뒤 출항, 본격적인 해상 훈련에 돌입한다.
이번 중러 해군의 합동 훈련은 세 가지 측면에서 처음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합동 훈련은 시간과 범위에서 최대 규모이다. 양국 해군은 올 5월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인 지중해에서 ‘해상연합-2015(Ⅰ)’이란 이름으로 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3개월 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인 동해에서 똑 같은 이름의 훈련을 2단계로 나눠 진행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둘째 중국 해군의 북해함대, 동해함대, 남해함대의 주력함은 물론 해병대와 전투기가 해외 연합 훈련에 참가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이륙한 전투기가 러시아 영공을 통과, 동해로 날아간 뒤 합동 훈련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중러 해군 연합 훈련에서 상륙작전을 연합 훈련 중 실시하는 것도 최초이다. 이는 사실상 미국과 일본의 도서 탈환 합동 훈련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일본과 분쟁 중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면 이번 훈련으로 미일과 중러의 군사적 대립 구도는 더욱 분명해 질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볼 때 중국과 러시아는 모두 일본 해군에게 되갚아줘야 할 빚이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1894년 청나라의 북양함대는 서해에서 일본 해군에 대파한 바 있다. 1905년엔 러시아 최강의 발틱 함대마저 대한해협에서 크게 패했다. 이후 한반도는 일본 손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번 훈련이 특정국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왕하이(王海) 중국 해군 부사령원은 20일 “이번 중러 해군 연합 훈련의 목적은 양국의 전면적인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양국군의 실질적 협력을 심화하고 실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본은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일본 해상 자위대는 이번 훈련을 위해 이달 초 중국 군함들이 대한해협을 통해 동해로 진입할 때 근접 거리에서 이를 따라 붙으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9월3일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릴 중국 항일 및 세계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도 바로 옆자리에 앉아 찰떡 공조를 과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봉쇄와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서로 이해 관계가 맞는다. 열병식에 미일 최고 지도자는 참석하지 않는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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