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대한항공에 '노예계약'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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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대한항공에 '노예계약' 소송

입력
2015.08.20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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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땅콩회항’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조종사들과 ‘노예계약’ 소송을 벌이고 있다.

20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에서 각각 6년여간 근무한 조종사 김모씨 등 3명이 퇴사 후 지난 4월 대한항공을 상대로 총 1억9,0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서울 남부지법에 냈다. 이 돈은 이들 조종사가 부담한 비행교육비 가운데 일부다.

대한항공은 과거 신입 조종사를 채용할 때는 입사 2년 전에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해 초중등 훈련비용 약 1억원과 고등교육 훈련비용 1억7,000여만원을 근로자 본인이 부담하게 했다.

미국에서 진행되는 초중등 훈련비용은 조종사가 알아서 조달해야 하고, 제주도에서 하는 고등교육 훈련비 1억7,000여만원은 대한항공이 대납해주는 대신 10년간 근속하면 상환의무를 면제해주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됐다. 대여금 면제비율은 근속 1∼3년차까지 연간 5%씩, 4∼6년차 연간 7%씩, 7∼10년차 연간 16%씩으로 정했고, 계약시 2명의 보증인을 세우도록 했다.

김씨 등 소송을 낸 조종사들은 2004년 또는 2005년 대한항공과 비행교육훈련 계약을 체결, 각각 2년간 무임금 상태로 교육을 마치고 나서 대한항공에 입사해 6년여간 근무하다 2013년, 2014년에 퇴사했다. 대한항공은 이들에게 10년 근속을 못 채운 데 따른 미상환 고등교육비로 각각 9,300여만원∼8,500여만원을 청구해 입금토록 했다. 퇴직 조종사들은 이 돈을 다시 돌려달라며 소송을 낸 것이다.

김씨 등은 "대한항공이 대기업으로서 충분히 근로에 필요한 교육을 제공할 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비를 임의로 정해 근로자에게 모두 부담토록 하고, 10년간 근속하지 않으면 교육비를 일시에 토해 내도록 하는 것은 노예계약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김씨 등 원고들보다 먼저 입사한 조종사가 10년 근속 전 퇴사할 때는 고등교육비 6,800만원을 기준으로 대여금 상환금액을 정하는 등 교육비 액수와 면제금액이 객관적 기준 없이 임의로 정해졌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대한항공은 교육 과정 중 시뮬레이터(FFS) 사용료를 시간당 500달러, 575달러로 계산했는데, 국내 다른 항공사들은 시간당 420달러나 350달러로 책정하는 등 비싸게 받았다는 것이다.

특히 김씨 등은 근로기준법 20조에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돼 있어 고등교육비 계약 자체가 무효라고 강조한다.

재판부는 오는 25일 조정기일을 잡았지만, 대한항공은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대한항공은 "교육훈련 계약은 면허가 없는 사람에게 처음부터 교육받아 조종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던 것"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라 대여금을 면제해 준 것 역시 비용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은 3명이 시작했으나 대한항공 퇴직 조종사들이 속속 합류하면서 원고는 현재 7명으로 늘어났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다음 주에 원고 측 변호사를 만나 노조 차원의 소송 확대 여부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창훈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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