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고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 통제로 논란을 빚고 있다.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차려진 고(故) 이맹희 전 제일비료회장의 빈소. 지난 17일부터 이 빈소를 찾은 조문객들에게 CJ 그룹 소속 검은 정장 차림의 직원들은 조문예약 여부를 문의했다.
CJ그룹 직원들은 유명 정치인·재계인사·연예인 등은 깍듯이 예우했다. 지체 없이 출입이 통제된 빈소 안으로 모셨던 것.
반면 조금이라도 행색에 '일반인' 티가 나면 진행요원으로 차출된 그룹 직원들이 달라붙어 '예약' 여부를 물었다.
이들에게 "조문 예약이라는 게 도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자 "대부분 유명인 조문객들은 CJ 내부(그룹 비서실 등을 지칭하는 듯)와 미리 연락을 주고받은 뒤 조문을 오기 때문에 예약이라는 표현을 썼다"고 설명했다.
만약 어떤 조문객이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 다음 단계로 고인과의 관계를 물었다. 이 내용을 빈소 내부 사람들에게 무선으로 문의한 뒤, 결과에 따라 조문 허용 여부를 결정하는데,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국 '조문 허가'를 받지 못하고 빈소 앞에서 발길을 돌렸다.
예를 들어 19일 오후 2시 반께 빈소를 찾은 60대의 남성은 빈소 입구에서 입장을 저지당하자 "고 이창희(고인의 동생)씨가 내 형님과 절친했다. 별세 소식을 듣고 찾아왔다"고 설명했지만 끝내 조문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는 "도대체 조문만 하겠다는데 왜 막는지 모르겠다"며 황당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발길을 돌렸다.
같은 날 오후 5시께는 40대 한 여성이 조의금 봉투까지 들고 조문을 요청했으나 비슷한 과정을 거쳐 거절당했다. 결국 이 여성은 여러 취재진들 앞에서 창피를 당했다고 느꼈는지 봉투만 요원들에게 건네고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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