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6개월만에… 온갖 억측 난무
지난달 초 지역 일간지에 칼럼 게재 후 이상징후
재단 측 함구 속 이진우 교수 “자유로운 학술활동 위해 학교복귀”
이진우(59ㆍ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교수) 포스코교육재단 이사장이 취임 6개월 만에 전격적으로 사임하면서 그 배경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당사자는 ‘학술활동’을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학계와 지역사회 등에서는 이 교수가 지역 일간지에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한 것이 문제가 된, 포항발 ‘필화(筆禍)’사건이 아니냐는 소문이 파다하다.
포스코교육재단은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이진우 이사장의 사임을 의결했다. 지난 2월13일 이사장으로 취임한 지 딱 6개월 만이다. 후임 이사장을 선임할 때까지 당분간 윤세용(66) 이사가 이사장 직무를 대행키로 했다.
계명대 철학과 교수, 총장까지 지낸 이 교수는 2010년 9월 포항공대(포스텍) 인문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인 그는 지난 2월 포스텍을 휴직하고 임기 2년의 상근이사장에 취임했다.
이 전 이사장은 사임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사정이 있지만 (포항공대에서)정년이 6년 남아 비교적 자유롭게 학술활동을 하기 위해 학교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임 배경에 대해 재단 관계자들은 “모르는 일”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했다.
소속대학까지 휴직하고 상근 이사장에 취임한 그가 석연찮은 이유로 6개월 만에 사실상 경질되자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배경을 둘러싼 온갖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 대학교수 출신으로 초중고 운영은 맞지 않았다, 교육철학과 교육현장의 간극이 너무 컸다, 포스코의 지나친 간섭 때문이다는 등의 말이 떠돌았다. 가장 그럴듯한 이유는 이 교수가 지난달 3일자 지역일간지에 게재한 칼럼이 사단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지역 일간지에 기고한 ‘배신의 정치와 정치의 배신’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만약 그 어떤 대화나 타협도 거부하고 의회를 무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을 이용하는 ‘정치의 배신’이다”며 “자기와 같은 생각만 하도록 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의 배신’이 아닐까? 정치의 본질이 민주고 정치의 배신이 독재라면, 누가 정말 배신의 정치를 하는 것인가?”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무회의에서 ‘배신의 정치’라고 한 발언을 비판했다.
이 칼럼이 나가자 포스코 내부가 발칵 뒤집힌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측은 해당 매체에 전화를 걸어 인터넷에서 칼럼 삭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이 교수가 직접 요청한 끝에 기사를 내릴 수 있었다. 19일 현재 해당 신문 홈페이지에서 해당 칼럼을 찾아볼 수 없다. PDF서비스로만 볼 수 있다. 재단과 포스코 측이 이 교수에게 삭제요청을 종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한 달이 지나지 않아 이 교수는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장기간 수사를 받고 있는 포스코가 산하 교육재단 이사장이 대통령을 대놓고 비판하는 칼럼을 쓴 데 대해 상당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 놓는다. 학계 한 관계자는 “이 교수는 진보논객도 아니며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보기 어려운 학자”라며 “투사도, 폴리페서도 아닌 교수출신 재단이사장이 이런 글을 쓰니까 더더욱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교육재단은 포스코가 운영하는 교육재단으로, ‘학교법인 포항공과대학교’와 별개다. 산하에 포항 광양 인천에 유치원 2개, 초등 5개, 중학교 2개, 고교 4개 모두 13개교가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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