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의 소관 현안에 대해서도 청문회를 열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이 뒤늦게 하반기 국회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비리 진상규명을 위해 청문회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야당과 “잦은 청문회로 의사일정이 마비될 것”이라는 여당의 입장이 뚜렷하게 갈리면서, 여야 간 극한 대치를 보였던 지난 6월의 국회법 파동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운영제도 개선을 위해 제시한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개정안은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할 경우 위원회 의결을 통해 증인, 감정인, 참고인을 불러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상임위 청문회의 개최 요건을 ‘중요한 안건 심사’에 한정했지만 개정안에서 범위를‘소관 현안 조사’로 확대하면서 보다 폭넓게 청문회를 열 수 있게 된 것이다. 각종 현안마다 특위나 국정조사 실시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기보다는 상임위별로 쟁점을 다루는 것이 정쟁을 줄이고 내실 있게 검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동안 여야 간 이견이 없었다.
때문에 개정안은 지난 7월 운영위와 법사위를 통과하고 본회의 상정만 남겨 두고 있다.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이 11일 의원총회에서 불가 입장을 정하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야당이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사건을 ‘상임위 청문회 1호 안건’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최고의결기구인 의총에서 문제가 있다고 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에 의총을 다시 돌리지 않는 이상 (본회의 통과는) 힘들 것”이라며 “상임위에서 각 현안마다 청문회를 하자고 하면 의사일정이 지연되고 상임위 올스톱 가능성이 커지는 등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최근 본회의에 계류된 국회법 개정안 수정과 관련해 별도 팀까지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이 크게 반발하면서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 협의부터 험로가 예상된다. 이춘석 새정치연합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법은 야당이 최초에 주장한 것이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이 낸 법안으로 그 취지에 대해선 여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해놓고 지도부가 바뀌었다고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이를 보류한 채 나머지 부분에 대해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성완종 리스트 사건이나 탄저균, 메르스 사태, 국정원 불법 해킹 사건 등 모두 다 굵직굵직한 국정조사 대상이지만 (진상규명에)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번에 국회법을 통과시켜 상임위에서 청문회가 이뤄진다면 국정조사가 불가피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선택해서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승임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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