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스타셰프' 남자는 있고 여자는 없다
'맛깡패' 정창욱 셰프가 17일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동파육 요리를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놓고 주방으로 돌아갔다.
정창욱은 이날 방송 후 SNS 계정에 '한여름 밤의 꿈 같았던 냉장고를 부탁해.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라며 하차 소감을 밝혔다. 정창욱은 아직 방송이 끝나지 않은 KBS2 '인간의 조건-도시농부'도 내려놨다. 셰프인 본업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로 비쳐진다.
정창욱의 퇴장이 화제가 될 만큼 올 방송가는 '쿡방'이 도배하다시피 했다. 케이블 채널을 중심으로 종편과 지상파까지 셰프를 기용하면서 이들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다.
특히 잘 생기고 입담이 좋고 화려한 서양요리를 하는 남성 셰프들이 방송가로 대거 진출했다. 요리사(Chef)와 연예인(Entertainer)의 신조어'셰프테이너' 까지 등장했다. 그야말로 '셰프 인베이젼(Chef invasion)'인 셈이었다.
셰프테이너로는 최고 스타 최현석을 비롯해 에드워드 권ㆍ강레오ㆍ이연복ㆍ오세득ㆍ샘 킴ㆍ레이먼 킴ㆍ이원일ㆍ이찬오ㆍ맹기용ㆍ루이강 등이 다양한 채널 각종 프로그램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요리 실력이 출중한 외식사업가 백종원, 방송인 홍석천, 만화가 김풍, 요리 컬럼니스트 박준우 등이 가세해 쿡방 르네상스를 열었다.
이들은 방송에서뿐 아니라 각종 패션 행사장이나 토크콘서트 심지어 CF까지 진출해 이 시대의 트렌드세터로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처럼 남성 셰프들의 득세는 다양한 식문화 소개와 남다른 엔터테이너 발굴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뜨거운 환영을 받고 있다.
사실 남성 셰프들의 등장 전 요리 방송은 그저 교과서적인 요리 정보프로그램(EBS '최고의 요리비결')이나 교양 프로그램(KBS2 'VJ특공대' '생생정보통')이 전부였다. 때문에 요리사에 대한 수요 역시 한식 전문가인 여성 요리연구가들이 훨씬 많았다.
그러나 식문화 트렌드가 브런치 등 서구식으로 바뀌면서 이 분야에 종사 중인 남성 셰프들이 하나 둘 존재감을 알렸다. 한 방송 관계자는 "과거에는 '00동 선생님'으로 불리는 여성 요리연구가들이 방송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요리에 충실한 분위기가 순발력과 재미를 요구하는 예능과 어울리지 않다 보니 점차 사라지게 됐다. 여기에 여성 요리연구가들의 후임이 없는 것도 젊고 새로운 피를 끊임없이 원하는 방송가의 요구에 부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재 방송가에서 활약하는 여성 요리연구가들은 심영순ㆍ'빅마마' 이혜정 정도가 전부다. 남성 셰프들처럼 프로그램에 주체적인 참여보다 패널로 얼굴을 내미는 게 모두라 아쉬움이 크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주부의 손맛이 들어가는 집밥조차 남성이 차지하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다. 여성 셰프에 대한 발굴과 조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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