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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후 이혼… 파양 당하는 아이들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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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후 이혼… 파양 당하는 아이들 늘고 있다

입력
2015.08.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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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양자 입양했다 이혼하는 과정서 "친족 관계 끊겠다" 청구 점차 증가

양육비 거부하고자 소송 낸 양부에 법원 "자녀가 관계 유지 원해" 기각

열두살인 C양은 2012년 법적으로 새아버지 A(48)씨가 낳은 딸이 됐다. 친엄마 B씨와 재혼한 양부가 친자식마냥 키우겠다며 법원 허가를 받아 ‘친양자 입양’ 신고 절차를 마친 것이다. 그때부터 C양과 친아버지와의 친족관계는 정리됐다. 새 가정의 화목을 위한 A씨의 의지가 컸다.

그러나 C양은 양부와 엄마의 재혼이 2년여 만에 깨지면서 또 한번 상처를 입어야 했다. 맞소송까지 간 이혼소송에서 1심은 “부부는 이혼하고, C양의 친권자를 B씨로 지정하며 A씨가 C양을 위해 매달 양육비 15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자 양육비 부담을 안게 된 양부는 C양을 “친딸처럼 여길 수 없다”는 취지로 친양자 관계를 끊는 파양(罷養) 소송을 냈다. B씨와의 이혼이 성립된 만큼 피를 나누지 않은 C양과의 친족 관계도 끝내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파양을 원치 않는 C양의 심정을 헤아렸다.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박성만 판사는 A씨의 친양자 파양 청구를 기각했다고 18일 밝혔다. 박 판사는 “자녀가 파양을 반대할 경우 민법상 파양 사유(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는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A씨는 재판에서 “정서적 유대가 없는 친양자 관계 유지는 C양의 복리를 해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C양이 나를 친부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가혹한 법률ㆍ경제적 고통을 가하는 패륜행위를 하고 있다”고까지 말했지만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박 판사는 “패륜행위는 친양자가 양친에 대해 관계 유지가 힘들 정도로 모욕, 학대 또는 유기하는 행위를 의미한다”며 “C양의 경우 그렇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C양은 법률상 A씨가 낳은 딸의 지위를 유지하고, 엄마 B씨는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게 됐지만 C양이 겪은 정신적 혼란은 클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재혼한 부부가 친양자 입양을 했다가 다시 이혼하는 과정에서 파양 청구가 점차 늘면서 자녀들이 두 번 울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에 따르면 2009년 첫 접수된 파양 청구는 2013년 5건, 올해 현재까지 7건에 이른다. 이런 현상에 대해 법원 관계자는 “재혼하면서 화목의 수단으로 친양자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결국 불화로 이혼하면서 파양 청구가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친양자 입양 청구는 2012년 180건, 2013년 220건, 지난해 266건, 올해 8월 13일까지 172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친양자 입양 제도는 기존 입양제도가 입양 뒤 양자를 친자와 구분 짓고, 성과 본도 양부모를 따르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2005년 도입돼 3년 뒤부터 시행됐다. 기존 입양제도는 입양사실이 드러나 입양한 부모가 허위로 친생자출생신고를 하는 문제가 제기됐다. 법원이 친양자 입양을 허락하면 친부모와의 친족 관계가 정리되고 성과 본도 양부모를 따르게 되며 가족관계등록부에도 양부모의 친자식으로 기재된다.

문제는 실제 법 시행 결과 친양자 제도를 이용한 재혼부부가 파국을 맞을 경우 양자가 또 한번 상처를 입는다는 점이다. 현행 민법은 친양자 파양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당사자간 협의상 파양이 아닌 재판상 파양만 인정되며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 ▦‘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행위로 인해 친양자 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 등 두 가지 경우만을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재혼부부가 이혼하면서 서로 친양자 관계 거부 의사를 법정에서 밝혀 법관들은 이를 폭넓게 받아들여왔다.

그러나 C양의 경우는 스스로 친양자 유지 의사를 밝힌 것이 큰 요인이 돼 서울가정법원에서 파양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가 됐다. 법원 관계자는 “재혼할 때 자녀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새 결합한 부부의 화목만을 고려해 친양자 입양을 청구할 경우 자칫 아이들에게 또 상처를 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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