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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총장 직선제로" 돈줄 쥔 교육부에 맞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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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총장 직선제로" 돈줄 쥔 교육부에 맞서

입력
2015.08.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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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대행 "고인 희생 욕되게 않겠다"

간선제 추진 철회하고 원점 재검토

지원 볼모로 간선제 몰아간 교육부

타대학 확산 우려해 양보 안 할듯

총장 직선제 요구 문제로 교수 투신 사건이 발생한 부산대가 간선제 추진을 철회하고 선출방식을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교육부와의 갈등 재현 등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밤 김기섭 부산대 총장의 사의 표명으로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안홍배 부산대 교육부총장은 18일 오후 3시께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총장선출방식에 대한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 부총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아무런 선입견 없이 교수와 학생 등 대학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식으로 합의하겠다”며 “고인의 희생을 욕되게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간선제를 강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그는 “정부의 대학 선진화 정책이 직선제를 없애고 간선제를 추진하는 것이었고, 여기서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행정적ㆍ재정적 불이익을 준다고 했고 실제로 그랬다”며 “지원금이 학생들의 교육에 사용되는데,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직선제를 추진하기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부산대는 총장선출 직선제를 고수하던 지난 2012년 60억원 규모의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당시 타 대학 사정도 비슷해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경북대, 목포대, 전남대, 인천대 등 부산대를 포함한 5곳이 이 사업에서 탈락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지방대 특성화사업(CK사업)’과 ‘학부교육선도대학 육성사업(ACE사업)’에도 직선제 폐지 항목에 각각 2.5점과 3점을 배점했다. 0.5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사업에 2.5~3점의 비중이 커 등록금을 제외하면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국립대로서는 뿌리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와 관련, 부산대 교수들은 일련의 사태가 총장과 교수회의 갈등 양상으로 비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사태를 촉발한 근본적인 원인은 교육부 정책에 있다는 것이다. 차정인 부산대 교수회 부회장은 “근본적인 문제는 법률적으로 보장된 대학의 자율적 총장선출 권리를 침해하고 초법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교육부에 있다”며 “교육부는 재정 지원을 볼모로 국립대에 굴종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부산대 측은 숨진 고현철(54) 교수의 장례를 우선적으로 진행하는 한편 교수회 또는 비상대책위원회 등 대표성을 가진 조직이 꾸려지면 언제라도 총장선출방식 논의를 재개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산대가 직선제로 회귀하더라도 국립대 총장 후보를 청와대에 추천하는 교육부가 타 대학으로의 확산 가능성 때문에 이를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부산대는 교수회가 학칙 무효소송을 제기해 몇 년째 끌어오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완전 결론이 났는데 이런 일이 벌어져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선 총장선출 제도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교직원 노동조합 부산지부는 “총장 직선제 폐지는 대학을 망치는 행위이자 대학 민주주의에 대한 탄압”이라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다른 단체들과 함께 대학 민주화를 위해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학부모연대는 “초등학교 반장 선거만도 못한 대학 총장선거 보면서 고 교수님은 큰 번민에 휩싸였을 것”이라며 “우리는 고 교수님의 희생을 통해, 민주주의를 역행하고 있는 대학과 교육현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실체를 보았다”고 지적했다.

부산=정치섭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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