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나 전직 고위공무원 자녀가 대기업, 정부기관 등에 특혜 채용된 의혹을 둘러싸고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고, 대학 졸업 후 번듯한 직업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시대다. 사회 유력층이 갑의 지위를 이용해 자녀를 좋은 직장에 들여보낸 게 사실이라면 국민적 공분을 피하기 어렵다. 해당 공직자의 징계와 사퇴 요구가 빗발치는 것은 당연하다. 경위를 낱낱이 밝혀 응분의 책임을 지게 하고, 지위를 이용한 음성적인 청탁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윤후덕 의원은 변호사인 딸을 지역구(경기 파주갑)에 대규모 공장을 갖고 있는 LG디스플레이 법무팀 직원으로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윤 의원은 딸이 충분한 실력을 갖췄다며 특혜 채용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기업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지원 사실을 알렸던 것은 인정했다. LG디스플레이가 당초 변호사 1명 모집 공고를 냈다가 1명을 추가로 뽑은 것이나 윤 의원의 딸이 로스쿨을 갓 졸업해 공정거래 분야의 4년 이상 경력자라는 원래 모집 자격에 미달했다는 점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도 아들이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특혜 채용됐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572명은 김 의원 아들 채용에 특혜 의혹이 있다며 채용 서류심사 내용 및 면접 평가자료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이들은 정부법무공단이 2013년 9월 채용공고를 낼 때 지원자격을 “법조경력 5년 이상의 변호사”라고 공지했다가 변경한 것은 김 의원 아들 채용을 위한 근거 마련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공단 이사장이 김 의원과 친분이 두텁다는 사실도 논란 거리다. 김 의원은 18일 “만약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생명을 걸겠다”면서 의혹을 강력 부인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감사원이 전직 간부와 전 국회의원 자녀 3명을 원내 변호사로 특별채용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일부 법조인들은 전직 감사원 사무총장 아들과 전직 감사원 국장 아들, 그리고 전직 국회의원 아들이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로 특채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측은“정당한 과정을 통해 선발됐다”면서 특혜는 없었다고 부인하지만 100명이 넘는 지원자 중 이들 3명만 채용된 것을 정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 않아도 로스쿨 제도 실시 이후 법조인이나 사회 유력층 자녀의 지위 대물림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로스쿨 제도가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의혹들을 철저히 규명해 그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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