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할 때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일본 유품정리사 ‘특소대장’ 인터뷰
일본에서는 고독사, 자살로 인한 사망이 늘면서 이를 정리해주는 유품정리업에 대한 대중의 인식 수준이 국내보다 높다. 일본 내 유품정리업은 소설이나 드라마의 소재로 주로 등장하고 있고, 오카다 마사키(岡田?生), 에이쿠라 나나(榮倉奈?) 등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고독사’가 제작됐을 정도다.
일본에서 20년간 타인의 죽음을 뒤처리 해 온 이야기를 담은 책 ‘천국으로의 이사’를 펴낸 특수청소 전문가 특소대장(特掃隊長·46)을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이 책은 최근 한국어로도 번역 출간됐다. 실명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저자는 본인뿐 아니라 현장 사진 역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공하지 않는다고 양해를 구했다.
“직업상 일반인보다 죽음을 접할 기회가 훨씬 많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제게 밥을 먹는 것만큼 일상적인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올바르게 살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래도 그리 머지 않은 날에 마지막을 맞이할 테니 이를 악물고 살지 않으면 아까울 것 같아요.”
특소대장은 20년간 시신의 흔적 처리부터 폐기물 철거, 유품처리 등 특수청소 업무를 해오면서 느낀 죽음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고 꺼리며 삶에 에너지를 쏟도록 만들어졌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이에게도, 우리 자신에게도 죽음은 반드시 찾아온다”며 “건강할 때 죽음을 생각하지 않기보다는 생각하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죽음에는 인생의 궤도를 수정하거나 선악을 판단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살피는 기능이 있다는 것. 또 죽음이라는 음(陰)이 있기에 인생과 생명이 양(陽)으로 빛나는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이후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층인 ‘니트(NEET)족’생활을 하던 중 유일하게 특수청소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워낙 흔치 않은 일이기도 했지만 ‘나보다 불행한 사람을 보고 싶다’, ‘타인의 불운을 봐 주겠다’는 마음을 갖고 시작한 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 그는 “육체와 마음이 힘겹지만 생활을 하기 위해 이 일을 계속한다”면서도 “각 현장, 각 의뢰인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특수청소작업에 대한 나만의 노하우를 갖게 됐으며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작게나마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일상생활,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올바르게 산다는 것은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옳은 선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지금의 나, 미래의 나에게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가를 판단하고, 이런 선택을 쌓아가다 보면 편한 인생은 아니더라도 즐거운 인생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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