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한국금융·국민은행 가장 먼저 컨소시엄 구성 확정
ICT, 빅데이터 활용 기대에 적극적… 뒷짐 지던 은행들도 뒤늦게 가세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두고 ‘정보통신기술(ICT)기업-2금융-은행’ 간의 짝짓기 경쟁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다음카카오·한국투자금융·KB국민은행’연합이 가장 먼저 컨소시엄 구성을 확정한 가운데 ‘교보생명·KT’와 ‘인터파크’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 추격하며 3파전 구도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미래에셋증권의 참여 포기로 파트너를 잃은 SK그룹과 다른 시중은행들의 행보가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마지막 변수로 꼽힌다.
짝짓기 결과는
17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한 달여 앞두고 ICT 기업들과 금융사들간의 합종연횡이 한창이다.
가장 먼저 손을 잡은 곳은 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 한국투자금융이 50%를 가진 최대주주로 다음카카오가 10%를 갖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한 데 이어 최근 KB국민은행이 전격 합류를 결정했다. 국민은행은 1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30%는 핀테크 관련 기업들이 투자할 전망이다. 이 컨소시엄에는 원래 신한은행의 참여가 유력했지만 막판에 국민은행으로 파트너가 바뀌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신한은행의 경우 다음카카오측이 선호하는 파트너여서 업계에서는 참여가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봤는데, 한국투자금융이 다른 은행과 제휴를 제안하면서 최종적으로 국민은행으로 결론이 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기에 맞선 경쟁자로는 KT와 교보생명, 우리은행의 컨소시엄이 꼽힌다. 이 회사들은 최근 컨소시엄을 구성하기로 잠정 합의하고 구체적인 지분율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앞선 다음카카오 컨소시엄의 경우처럼 막판에 제휴사가 바뀔 가능성도 열려있다. 우리은행이 20~30% 정도의 지분율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다음카카오라는 가장 유력한 파트너를 경쟁사인 국민은행에게 빼앗긴 신한은행도 이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명예회복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과 현대증권도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인터파크를 중심으로 하는 컨소시엄도 최종 확정 단계에 들어섰다. 금융사와 IT기업 유통 등 관련 업종의 기업들이 지분을 10%씩을 나눠 갖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사로는 증권사들과 웰컴저축은행의 참여가 거론된다.
남은 ICT 기업 중 인터넷 전문은행의 참여 의지가 가장 강한 SK그룹은 제휴 대상이었던 미래에셋측이 사업 추진을 접기로 함에 따라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비롯한 다른 파트너를 물색 중이다.
업권 간 동상이몽
현재까지 나타난 인터넷은행을 둘러싼 경쟁의 가장 큰 특징은 ICT기업들의 활발한 참여가 꼽힌다. 특히나 현행법상 지분 보유가 제한적인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두고 다소 의외라는 평가도 나온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지분 4%와 의결권 없는 지분 6% 등 최대 10%까지만 지분을 보유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산업자본의 지분을 4%에서 50%까지 허용하도록 은행법 개정을 추진 중이지만 이들 통신 3사는 개정법 예외 대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해 있어 이마저도 변수가 안 된다.
그럼에도 통신사들이 인터넷은행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수천 만 명 분의 가입자 정보와 빅데이터 등을 인터넷은행에 활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떤 통신상품을 얼마나 쓰는지, 결제 연체는 어떤지 등의 정보는 대출 사업을 할 때 신용평가를 매기는 주요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망 자세를 보이던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돌아선 데에도 이 같은 요인이 작용했다는 평가다. 은행들은 정부 방침상 인터넷은행의 최대주주가 되기 어렵게 되자 별다른 실익이 없다고 보고 참여를 유보했지만, 다음카카오나 통신사처럼 대규모 고객 기반을 갖춘 ICT업체들이 참여를 선언하자 태도가 돌변했다. 실제로 다음카카오와 손을 잡은 국민은행 측은 합의서에 향후 인터넷은행이 설립될 때 KB금융의 카드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이용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카드 사업의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채널망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본 것이다.
이에 비해 인터넷은행 진출에 제약이 전혀 없는 제 2금융권은 예상보다 훨씬 소극적이다. 두 달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며 인터넷은행 설립에 의욕을 보였던 미래에셋증권이 갑자기 진출 포기를 선언한 것을 비롯해 현대증권과 이베스트증권 등 초기부터 이름이 거론됐던 곳들도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시장에서는 기존 사업 영역과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은 데다 대형 ICT업체들과 은행 사이에서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제 2금융권에서 유일하게 참여를 확정한 한국투자금융의 경우 지분을 50%나 보유했음에도 컨소시엄의 공식 명칭이 ‘카카오뱅킹’(가칭)이란 점이 이를 보여준다는 시각도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9월 말 컨소시엄들로부터 예비인가를 신청 받고, 연내 한두 곳의 컨소시엄에 예비인가를 내준다는 계획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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