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6일 광복 70주년에 즈음한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가 살길은 경제통일”이라며 이를 구현해 나갈‘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유라시아이니셔티브 구상과 비견되는 집권 비전이라고 할 만하다. 문 대표는 얼마 전 북한의 비무장지대(DMZ)지뢰 도발과 관련해서는 신속하게 부상 장병들을 위문하고 당 차원의 대북규탄 결의안 채택을 이끌었다. 안보 관련 사안에 소극적이던 예전 야당 지도부와는 다른 모습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문 대표가 제시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핵심은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활로를 열기 위해 우리 경제활동 영역을 북한과 대륙으로 확장하자는 것이다. 한반도를 대륙이나 해양의 변방이 아닌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을 연결하는 교량국가로 만들어 동아시아 평화와 공영을 이끌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박 대통령 역시 전날 광복 70주년 경축사에서 비슷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문 대표는 통일을 전제로 한 박 대통령과는 달리 통일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경제공동체를 이룸으로써 그런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북한과의 협력을 통해 대륙으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으로 5ㆍ24조치 해제부터 들고 나온 것은 실망스럽다. 5ㆍ24 조치가 북측의 천안함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조치 등을 이끌어 내려는 목적과는 달리 북한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주고 남북관계를 한층 더 경색되게 했다는 지적은 맞다. 하지만 우리가 선제적으로 5ㆍ24조치를 해제한다고 해서 핵개발에 집착하면서 군사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가 달라지리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문 대표는 집권하면 개성공단을 원래 계획대로 확장하고 중단된 금강산 관광도 즉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일방적 조치 역시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의 퍼주기 논란을 재연시킬 뿐, 북한의 긍정적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집단주의 원리에 기초한 북한의 수령체제는 남북간 교류협력이 증대되고 개방수준이 높아지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북한이 그 동안 시장경제 제도를 일부 수용하며 개혁개방으로 나아가는 시도를 하다가 후퇴를 거듭하고, 잔인한 숙청 등을 통해 체제단속을 해온 게 다 그 때문이다. 무조건 북한 정권에 잘 해주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금물이다. 체제의 속성과 한계를 분명하게 이해한 뒤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현실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문 대표의 신경제지도구상은 그런 고민과 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의 공허한 구상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문 대표의 구상이 적실성을 가지려면 좀 더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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