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의 배짱

방통위, 간접광고 경고 처분에도 브릿지 영상 자막·내레이션만 바꿔

tvN ‘삼시세끼’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의 징계에도 사실상 간접광고에 해당하는 영상을 중단하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삼시세끼’는 지난달 방통심의위로부터 협찬사의 캔커피 제품을 활용한 15초짜리 브릿지 영상물(광고와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영상)에 대해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46조(광고효과) 제1항 제1호 및 제4호, 제46조의 2(방송광고와의 구별)를 들어 경고 처분을 받았다. 프로그램 중 특정 제품의 명칭 상호 로고 등을 노출시켜 광고효과를 내서는 안 되고, 프로그램과 광고를 구별하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형식은 브릿지 영상이지만 사실상 신종 광고라는 판단이다.

‘삼시세끼’는 방송 도중 출연자들이 해당 캔커피를 마시는 장면을 포함시켜 간접광고를 하고 있는데, 브릿지 영상에서는 아예 제품의 로고 등을 부각시켜 광고 효과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제작진은 브릿지 영상은 프로그램 시작 전과 중간광고 직후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내용이며 광고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삼시세끼’는 징계를 받고 2주가 지나서야 해당 영상물을 수정했지만 자막만 수정한 뒤 계속 영상을 내보냈다. ‘방영을 삼가라’는 방통심의위의 징계 취지를 거스르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대응을 한 것이다.

수정된 영상은 ‘구수하게 퍼지는 밥 향’을 ‘가마솥 속 구수한 밥 한끼’로, ‘풀내음 가득 자연의 향’은 ‘풀내음 가득 자연의 정취’로, ‘사람과 사람의 넉넉한 향’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넉넉한 이야기’로 자막만 살짝 바뀌었을 뿐 고정출연자인 이서진과 옥택연이 해당 캔커피를 들고 마시는 장면과 이서진이 캔커피를 들고 음미하는 클로즈업 장면은 그대로다. 내레이션도 “풍성한 향으로 가득한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가 “풍성하게 펼쳐지는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로 앞부분만 수정돼 전파를 탔다.

방통심의위 측은 “tvN이 지난 3년여간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 시리즈에서 브릿지 영상이라는 신종 광고를 제작해 방영했다”며 “이러한 영상이 광고인지 프로그램인지 구별되지 않아 시청자의 혼란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징계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을 경우 가중 처벌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송사들은 방통심의위의 징계에도 아랑곳없이 광고시장 넓히기에 혈안이 돼 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도 브릿지 형태로 ‘최강 셰프들의 톡 쏘는 푸드버라이어티’라는 자막과 함께 탄산음료를 광고한다. 한 방송관계자는 “현재 방송광고업계에서는 ‘삼시세끼’ 효과로 인해 브릿지 형태로 광고 영상물을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높다”면서 “종편에 이어 지상파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방송법으로는 아직 브릿지 영상이 중간광고 자막광고 토막광고 등의 범주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당분간 방송사들이 방통심의위와 줄다리기를 계속하며 방송광고시장을 교란시킬 것으로 보인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