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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 vs 안희정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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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경축사' 박근혜 대통령 vs 안희정 충남지사

입력
2015.08.1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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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축사의 사전적 의미는 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하기 위한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하는 인사말이다. 하지만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가에 따라 말의 파급력은 달라진다. 국가의 리더들은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거나, 대외 메시지를 전할 때 이를 적극 활용한다. 이번 광복 70년 경축사 역시 안팎으로 시선이 쏠렸다. 이 중 관심이 집중됐던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와 SNS에서 회자됐던 안희정 충남지사 경축사 전문을 게재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0주년 광복절 중앙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0만 재외동포 여러분,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은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입니다.

70년 전 오늘의 벅찬 감동을 온 국민과 함께 나누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순국선열과 건국을 위해 헌신하신 애국지사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독립 유공자와 유가족 여러분께도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70년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반석 위에 올려놓은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우리 민족은 독립을 향한 열망과 헌신적인 투쟁으로 마침내 조국의 광복을 이루어냈습니다. 순국선열들의 불굴의 의지와 애국심은 오늘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토대가 되었습니다.

67년 전 오늘은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날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은 민족의 유구한 역사와 정통성을 계승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고, 국가경제와 국민경제의 항구적 번영의 기틀을 마련하였습니다.

그러나 그토록 기다렸던 광복의 기쁨은 반쪽의 기쁨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분단의 비극과 6.25 전쟁의 참화는 우리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앗아갔고, 얼마 되지 않던 산업기반마저 모두 붕괴되고 말았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국민들의 단합된 의지와 힘으로 새로운 도약을 일궈냈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경험도 없었지만, 황량한 모래벌판에 제철소와 조선소를 세웠고, 모진 난관을 뚫고 국토의 대동맥인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전자제품과 자동차, 철강, 조선,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나라가 되었고, 수출규모 세계 6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섰습니다. 인구 5천만 이상 되는 국가 중에 국민소득이 3만불을 넘는 소위 ‘5030 클럽’ 국가는 지구상에 여섯 나라뿐입니다. 저는 머지않아 대한민국이 일곱 번째 5030 클럽 국가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신장된 경제력과 국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당당하게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최초의 나라가 되었고,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면서, 번영을 이루려는 많은 나라들의 ‘희망의 증거’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가 한강의 기적으로 부르는 대한민국 성취의 역사는 우리 국민들의 피와 땀, 불굴의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실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그 불굴의 의지로 창조의 역사, 기적의 역사를 써온 우리 국민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대장정’에 나서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광복 70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국내외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21세기 시대적 요구이자 대안인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두 날개를 완성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정부는 창조경제를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이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지난달에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모두 구축되어 이제 창의적 아이디어가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최고 수준의 창업 지원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의 혁신 주체와 기관들이 협력하여 우수한 지역 인재들과 특화산업을 키워내고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 이미 4,600여명이 멘토링을 받고 200여개의 기업을 보육하고 있으며, 235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창조경제가 우리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 정부는 창조경제가 개인과 지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도록 적극 지원해 갈 것입니다.

또 하나의 날개는 문화융성입니다. 문화는 언어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고, 열광하게 하며, 가치를 공유하도록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문화는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를 지닌 국가경쟁력의 핵심 원천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세계는 문화영토 확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오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이어온 찬란하고 독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광복 이후 우리의 급속한 발전도 그 근간에는 면면히 이어져 온 우리의 창의적 기질과 문화적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제,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우리의 유구한 문화를 세계와 교류하며 새롭게 꽃피울 때, 새로운 도약의 문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재발견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서 산업과 문화를 융합해서 우리 경제를 일으키는 한 축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정부는 그 시작을 문화창조융합벨트로 열어갈 것입니다. 이제 오픈을 해서 각 문화인들의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문화창조융합벨트를 통해 문화와 아이디어, 기술을 융복합하여 새로운 경제적 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이 경제의 도약을 이끌 성장엔진이라면, 공공개혁과 노동개혁, 금융개혁과 교육개혁 등의 ‘4대 개혁’은 그 성장엔진에 지속적인 동력을 제공하는 혁신의 토대입니다.

저는 반드시 이 ‘4대 개혁’을 완수해서, 우리의 미래세대에게 희망의 대한민국을 물려줄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 국민 모두가 다시 한 번 한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짐을 나눠지고 함께 나아갈 때, 개혁과 혁신의 험난한 여정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선대들이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왔듯이 자신감과 희망을 가지고 한마음으로 뭉쳐서, 또 다른 도약의 역사를 이루어냅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금년은 광복과 함께 남북 분단 70년을 맞는 해이기도 합니다. 진정한 광복은 민족의 통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것입니다. 남과 북은 과거의 상처를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가야 합니다.

최근 미국-쿠바 수교와 이란 핵협상 타결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사회는 변화와 협력의 거대한 흐름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세계의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북한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우리의 거듭된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평화를 깨뜨리고 남북간 통합에 역행하고 있습니다. 핵개발을 지속하고 사이버 공격을 감행해서 우리와 국제사회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DMZ 지뢰 도발로 정전협정과 남북간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고,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습니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안위를 위협하는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단호히 대응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으로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도발과 위협은 고립과 파멸을 자초할 뿐입니다.

그러나 만약,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온다면, 민생향상과 경제발전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1972년 남북한은 분단 역사상 최초로 대화를 통해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하였습니다. 당시 남북간 대립과 갈등의 골은 지금보다 훨씬 깊었고, 한반도의 긴장도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기에 남북한은 용기를 내어 마주 앉았습니다.

지금도 북한에게는 기회가 주어져 있습니다. 북한은 민족 분단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발과 핵개발을 즉각 중단하고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구축의 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 DMZ 도발을 겪으면서, DMZ에 새로운 평화지대를 조성하는 것이 얼마나 절실한 일인지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남북한의 젊은이들이 서로 총부리를 겨누며 역설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중무장되어 있는 DMZ에, 하루속히 평화의 씨앗을 심어야만 합니다.

저는 취임 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에 생명과 평화의 공원을 만들자고 여러 차례 제안하고, 그 구상을 가다듬어 왔습니다.

이제 남북이 함께 첫 삽을 뜨는 일만 남았습니다. DMZ에 세계생태평화공원을 조성하고 남북간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연결하면, 한반도 백두대간은 평화통일을 촉진하고 유라시아 차원의 협력을 실현하는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북한은 도발과 위협을 내려놓고, 생명과 평화의 한반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하기 바랍니다.

또한, 지난 70년 눈물과 고통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드리는 일에도 북한은 성의 있는 자세로 나와야 할 것입니다.

부모없는 자식이 없듯이 북한의 지도자들도 이산의 한은 풀어주겠다는 전향적인 자세로 문제를 풀어가 주길 바랍니다.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아무리 정세가 어렵고 이념이 대립한다고 해도, 인도적 견지에서 남북이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산가족들의 생사확인이 그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6만여 명의 남한 이산가족 명단을 북한 측에 일괄 전달할 것입니다. 북한도 이에 동참하여 남북 이산가족 명단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아가 남북 이산가족들이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하여 수시로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북한의 협력을 촉구합니다.

한반도의 자연재해와 안전문제도 함께 대응해 나갑시다. 홍수나 가뭄, 전염병 등의 반복되는 문제에 일회적 상황관리로 대응하기보다는, 남북간 보건 의료와 안전협력체계를 구축해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민족의 장래를 위해 보다 나은 길이 될 것입니다.

지난 번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과정에서 남북한은 개성공단의 검역 관리에 협력한 바 있고, 현재 금강산 산림재해 대응을 위해서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보건·위생·수자원·산림관리를 비롯한 남북 공동의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힘을 모아 나가야 할 것입니다.

70년 분단으로 훼손된 민족의 동질성도 회복해야 합니다. 민간차원의 문화와 체육교류를 통해 남과 북이 만나고 마음을 열어간다면, 민족 동질성도 서서히 회복될 것입니다. 남북간 장벽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 중인 역사유적 발굴조사와 겨레말 큰 사전 편찬 사업과 같은 학술 문화 교류, 축구와 태권도를 비롯한 체육교류는 중단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남과 북, 해외의 8천만 동포 여러분, 비록 북한의 거듭된 도발로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광복 70주년을 맞는 역사의 길에서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은 우리 민족이 반드시 가야할 길입니다. 우리 민족이 다시 하나가 되면, 희망과 기적의 또 다른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한강의 기적’을 넘어, ‘한반도의 기적’을 이뤄낼 수 있습니다.

평화통일을 이룬 새로운 한반도는 핵과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8천만 모두가 자유와 인권을 누리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촉진하며, 세계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지구촌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남북한의 장점을 결합하고, 한반도 교통망을 대륙으로 연결해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경제권을 연계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은 물론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더 큰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평화통일의 꿈이 이루어진 광복 100주년을 내다보며,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통일을 준비하고 이루어 나갑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새로운 협력과 공영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긴밀한 우호협력은 양국은 물론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정부는 역사인식 문제에는 원칙에 입각하여 대응하되 두 나라간 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호혜적 분야의 협력관계는 적극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1965년 국교정상화 이래 고노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일본 내각이 밝혀온 역사 인식은 한·일 관계를 지탱해 온 근간이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어제 있었던 아베 총리의 전후 70주년 담화는 우리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역사는 가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살아있는 산증인들의 증언으로 살아있는 것입니다.

어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여러 나라 국민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준 점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준 데 대한 사죄와 반성을 근간으로 한 역대 내각의 입장이 앞으로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국제사회에 분명하게 밝힌 점을 주목합니다.

앞으로 일본이 이웃국가로써 열린 마음으로 동북아 평화를 나눌 수 있는 대열에 나오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 일본 정부는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공언을 일관되고 성의 있는 행동으로 뒷받침하여, 이웃나라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일본 정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조속히 합당하게 해결하기를 바랍니다.

비록 어려움이 많이 남아 있으나, 이제 올바른 역사인식을 토대로 새로운 미래로 함께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에서 차지하는 양국의 위상에 걸맞게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 번영을 위해 함께 공헌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70년 전 오늘, 우리는 잃어버렸던 조국을 되찾았습니다. 그리고 불굴의 의지와 하나 된 마음으로 온갖 역경을 딛고 성취와 희망의 대한민국을 건설해 왔습니다.

선대들의 애국심과 그 위대한 뜻을 이어받아,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룩하는 것이 우리에게 부여된 소명입니다.

저와 정부는 중단 없는 혁신으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여 세계의 반열에 우뚝 설 수 있는 부강한 나라와 원칙이 바로선 투명한 나라를 건설해 나갈 것입니다. 확고한 원칙과 유연한 대응으로 통일시대의 문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100년의 기적’을 완성하고 한반도의 통일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되어, 한반도의 평화 통일을 이루어 세계와 지구촌의 번영을 선도하고 문화로 인류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안희정 충남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희정 충남지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 안희정 충남지사 광복절 경축사(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충남 도민과 이 자리를 빛내주신 독립 유공자 여러분, 올해는 뜻깊은 광복 70주년입니다. 광복을 쟁취하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와 맞서 싸운 수많은 애국선열들에게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1945년 8월 15일은 세계사의 중대 전환점이었습니다. 70년 전 오늘, 제국주의와 파시즘은 종식됐고, 전 세계 식민지배 질서도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우리 민족이 전 세계 평화세력의 일원으로서 이처럼 중대한 역사적 전환을 만들어 낸 주역이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민족의 독립운동은 전 세계 식민지 저항 운동의 이정표였습니다. 3·1운동은 중국의 5·4 항일 운동과 인도·필리핀·베트남 독립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3·1운동의 비폭력 저항 정신은 약소민족 독립운동의 철학적 기반이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민족은 전 세계 평화 세력의 일원으로서 제국주의를 굴복시키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습니다. 장개석 총통으로부터 '중국 100만 대군이 못한 일'을 해냈다는 찬사를 받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 한반도와 만주, 연해주 등지에서 끊임없이 벌어진 독립군의 무장투쟁,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승리를 위해 인도와 버마 등지에서 연합국과 펼친 공동 작전 등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우리 선조들의 노력은 아쉽게도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평화세력의 일원이었지만, 아직까지 8월 15일을 '승전일'로 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복을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닌 주어진 것으로 여겨왔습니다.

저는 이제 광복절을 자랑스러운 '승리의 날'로 기념하자고 제안합니다. 주권도 없는 식민지가 어떻게 승전국이 될 수 있냐고 누군가 반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프랑스를 보십시오.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는 맥없이 독일에 함락됐습니다. 하지만 레지스탕스의 치열한 저항과 망명정부의 외교적 노력으로 당당히 승전국의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2차 대전 종전일을 승리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프랑스보다 더 오랜 기간, 더 큰 희생을 치르며 일본 제국주의와 싸웠습니다. 국제법상, 혹은 국제정치의 냉엄한 논리 때문에 우리나라가 2차 대전 승전국의 지위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 스스로 이 승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재평가해야 합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우리 후손들이 애국선열들이 만든 자랑스러운 이 역사를 '승리의 날'이라는 이름으로 기념하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고 말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1945년 8월 15일 광복의 날로부터 70년이 지났습니다. 시계를 거꾸로 돌려봅시다. 1945년으로부터 70년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40년 전, 일본은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조선의 강제 개항을 요구했습니다. 결국 조선은 굴욕적인 강화도조약을 맺고, 열강들의 각축장으로 전락했습니다.

조선의 지배층 일부는 미국, 중국, 일본 등 강대국에 기대야 생존할 수 있다는 어리석은 주장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140년이 지난 오늘 우리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한반도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아시아 재균형 전략'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중국은 '대국굴기'를 외치며 새로운 패권을 꿈꾸고 있습니다. 일본은 이러한 구도 속에서 미국과 손잡고 전쟁 수행이 가능한 소위 정상국가로 변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미·중 G2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점점 곤혹스런 처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사드 배치와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 참여를 놓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상황은 계속될 수 있습니다.

"한미 동맹이 최우선이다. 아니다 중국과 새로운 관계가 더 중요하다" 19세기말 조선 지배층과 똑같은 논쟁으로 지금의 문제를 풀 수 없습니다.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결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런 노선으로는 우리나라가 두 나라 모두에게 신뢰를 잃고 두 대륙판 사이에 끼어 허리가 꺾이는 불행한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습니다.

우리는 관점을 바꾸고 새로운 비전을 세워야 합니다.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두 나라가 서로를 잠재적 적국으로 여기지 않고 대결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21세기 비전이 필요합니다. 한반도와 아시아가 유럽과 같은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가 될 수 있다는 꿈을 키워야 합니다.

돈과 사람, 상품이 자유롭게 오고가는 하나의 시장, 집단안보체제에 기반을 둔 군사적 협력, 높은 수준의 외교적 협력으로 EU수준의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그 미래를 준비합시다. 우리가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비전을 세우고 먼저 앞장섭시다. 유럽과 역사적, 경제적 상황이 다르다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아시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 개인의 생각이나 주장이 아닙니다. 조국 광복과 전 세계 평화세력의 승리를 위해 피 흘렸던 수많은 독립 선열들의 정신이고, 철학이었습니다.

안중근 의사는 이미 100 여 년 전 동양평화사상을 통해 현재의 유럽연합과 유사한 평화공동체 방안을 제시하신 바 있습니다. 한·중·일 3개국의 상설협의체를 만들고 경제, 군사 공동체로 만들자는 대담한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사상이 '아시아 평화공동체' 구상의 토대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이 원대한 꿈의 견인차가 되자고 제안합니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충남 도민 여러분!

'아시아 평화 공동체'는 한반도 통일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한반도 통일이 우리 한민족의 재결합이라는 의미에 머무른다면 주변 강대국들의 적극적 지지를 얻기 어렵습니다. 한반도 통일이 아시아 평화와 공동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는 믿음을 줘야 합니다.

한민족이 통일되면 인구 7,600만 명의 강대국이 됩니다. 인구 규모로 영국이나 프랑스를 뛰어넘는 단일 민족국가입니다. 주변국들이 잠재적 위협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의 관점을 바꾸어야 합니다. 남북통일이 '아시아 평화 공동체'라는 퍼즐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남과 북이 아시아 단일 시장과 집단 안보 체제 형성에 함께 노력하고,'아시아 평화 공동체' 형성의 중심에 선다면 주변국들이 남북통일을 지지할 것입니다. 한반도 통일을 아시아의 번영과 평화를 위한 중요 과제로 인식할 것입니다.

독일은 유럽 공동체(EC)의 우산 아래에서 통일이 유럽 평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주변국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우리도'아시아 평화 공동체'를 통해 분단의 슬픈 운명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통일을 위해 우리는 안팎으로 쉽지 않은 과제를 풀어 나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먼저, 20세기 식 낡은 진보·보수의 이념갈등을 끝내야 합니다. 서로가 서로를 종북과 친일이라는 원색적인 말로 비난하고 분열한다면 한반도 통일은 물론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실현도 불가능합니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 진보와 보수는 모두 작은 지류에 불과합니다. 나만 정통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은 부질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을 보십시오.'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 그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됩니다. 정통성 논쟁이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

이제 20세기 낡은 이념갈등을 끝내고, 21세기 새로운 대한민국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진보도 새로워지고, 보수도 새로워져서 서로 협력하고 단결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제안 드립니다.

둘째, 우리는 좀 더 주도적으로 북한과 대화해야 합니다. "대화는 필요 없다. 북한을 고립시켜 붕괴를 유도하자"는 일부의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위험한 생각입니다. 북한의 반발은 차치하더라도, 주변국들과 국제정세가 이런 흡수통일 상황을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대북봉쇄 흡수통일론은 끊임없는 갈등과 분쟁을 부추길 뿐입니다.

결국 대화가 답입니다. 북한을 대화채널로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때로는 북한에게 양보하고 필요하다면 무리하다 싶은 요구들마저도 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퍼주기 아니냐?","종북 아니냐?"같은 대안 없는 비판만 반복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한반도의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도 크게 변해야 합니다. 북한은 그동안 믿을 수 없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어떤 경우라도 무력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야 합니다. 지금까지 북한이 보인 모습은 남북관계는 물론 북한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북은 7·4 공동성명과 이어진 후속합의들을 통해 적대적 대결을 중단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남북 모두 약속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대화를 유지해야 합니다. 이 한반도 시련의 역사와 분단을 극복하는 일, 그것은 바로 우리가 주도적으로 남북 대화를 이끌어가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저는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세 번째로 저는 미국이 평화로운 21세기를 위해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요청합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인류는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 중심에 미국의 군사적, 경제적 역할이 있었습니다. 저는 20세기에 이어서 21세기에도 미국이 전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 국가로서 자기 역할을 다해주기를 희망합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질 수 없습니다. 세계화로 인해 모든 국가들이 서로에게 의지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 국가 간 협력 없이 어떤 국가도 번영을 추구할 수 없습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 일본, 러시아, 한국 등 주요 국가들은 보다 더 적극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변화된 세계 질서에 걸맞은 미국의 리더십은 평화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이를 선도해 나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동북아 정세는 평화와 협력보다는 경쟁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20세기 식 안보 전략에 기초해서 충돌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이 상대를 잠재적 적국으로 상정하고 대결을 벌인다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이 지역 모든 국가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에게 제안합니다. 미국도 한·중·일 3국과 함께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일원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합니다. 21세기 세계 경제의 중심인 아시아에 평화가 유지될 때 미국의 전략적 이익도 극대화될 것입니다.

이것이 한·미동맹 70년의 우정, 그리고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두 나라의 공동목표에 부합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웰링턴 국립묘지에 묻힌 수많은 미군 병사들이 목숨 바쳐 싸웠던 가치도 바로 '평화와 민주주의 수호'였습니다. 아시아 평화번영을 위한 21세기 미국의 새로운 역할을 기대합니다.

친애하는 충남도민 여러분!

저는 이 자리에서 우리 충청남도가 앞장서서 이 시대적 과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합니다. 충청남도는 평화적인 교류를 통해 동북아 공동 번영을 이끈 역사적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유네스코는 백제 역사 유적을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했습니다. 부여, 공주, 익산에 산재한 백제 유적이 고대 동북아 문화 교류의 생생한 증거라고 전 세계가 평가했습니다.

예로부터 충남은 평화 교류의 중심지였습니다. 중국의 문물은 백제로 건너와 꽃을 피웠고, 다시 일본으로 전해져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무력이 아닌 문화, 고대 아시아 시민들의 교류의 힘이 한·중·일 고대 3국의 공동 번영을 이끌었습니다. 우리가 지향하는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모습도 그러해야 합니다.

충청남도는 민선 6기 1주년을 맞아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문제는 바로 충남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충남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자치분권과 행정, 농업 혁신을 선도할 것입니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과 행복한 삶의 해법을 찾는데도 앞장설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충청남도는 분단 극복과 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시대적 과제를 선도적으로 풀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충청남도는 올해 안에 '환황해시대 위원회'를 구성하고, 이어'환황해 포럼'을 개최합니다.'평화'를 주제로 각국의 지방정부 지도자들과 학자, 언론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장이 열릴 것입니다. 또 충청남도의 환황해 경제비전을 구체화시키고 충청남도의 서해안이 환황해 시대 평화와 공동 번영의 바다가 될 수 있도록 충남 도정을 집중해 나갈 것입니다.

전 세계 평화세력과 한민족의 독립전쟁이 승리한 날! 광복 70주년! 우리 충청남도는 새로운 다짐을 합니다. 새로운 아시아 평화 공동체와 통일의 첫발을 충청남도가 앞장서서 내딛겠습니다.

국민 여러분과 충청남도 도민들께서도 한마음으로 응원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하늘에 계신 애국열사, 애국선열들이시여. 우리들의 이 길을 굽어 살펴 주소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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