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감소증 땐 에너지 조절 호르몬인 인슐린 기능 떨어져 지방간 진행
당뇨병·고지혈증 등 만성대사질환 발병 막으려면 적당한 운동 필수
근력운동은 1주일에 한두 번 하고 유산소 운동 병행해 지방산 태워야
몸의 근육량이 점점 줄어드는 ‘근감소증’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차봉수ㆍ이용호 교수팀이 2008~2011년에 시행된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참여자 1만5,132명의 지방간 유무와 근감소증 발생 여부를 분석한 결과, 근감소증이 있을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률이 1.5~4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여러 연구에서 비만이나 인슐린 저항성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원인임은 이미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하지만 비만하지도 않고 인슐린 저항성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근감소증이 있을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 증세를 보일 수 있음을 밝힌 최초의 사례다. 인슐린 저항성이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에너지 대사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근육량과 지방간, 비만, 인슐린 저항성은 언뜻 보기에 별다른 상관관계가 있어 뵈지 않는데, 대체 이들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 걸까.
이번 연구를 이끈 차봉수 교수를 최근 만났다. 차 교수는 당뇨병 등 대사증후군의 연구와 치료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는 이 분야 권위자다.
대표적인 대사질환인 2형 당뇨병은 인슐린 저항성으로 흔히 설명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나, 이의 보상을 위해서는 인슐린이 많이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한계에 이르고, 혈당이 올라가면서 당뇨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인슐린 저항성에 대해, 이런 교과서적 해석과 조금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아니라 우리 몸의 전체 에너지 대사를 관리하는 유일한 호르몬으로, 대사질환은 이런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진 것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또 “우리 몸에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부위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며, 그 전체를 조절할 수 있는 인슐린 기능도 정해져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차 교수는 “당뇨병은 단순히 혈당이 높아 혈관 병과 합병증을 일으키는 병이 아니다”라면서“혈당 조절이 안 된다는 것은 그 이전에 우리 몸의 에너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을 조절할 수 있는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 설명에 따르면 지방간은 인슐린의 기능이 떨어진 저항성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결과다. 몸의 에너지가 넘쳐날 경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에너지를 잘 저장하거나, 잘 소모하거나 둘 중 하나다. 하지만 인슐린 기능이 떨어져 지방조직에 에너지 저장이 잘 이뤄지지 않으면 대부분이 간으로 들어오고 일단 간에 들어온 에너지는 무조건 지방산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지방간이 진행된다는 설명이다. 지방간은 대사증후군 연구자들에게 오랜 숙제다. 당뇨병 등 다른 대사질환과 달리 아직까지도 뚜렷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차 교수는 “근육량이 적으면 인슐린 저항성이 더 빨리 올 수 있고 그 여파도 커진다”고 했다. 적절한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 인슐린 저항성에 따른 지방간 등 각종 대사질환을 막는 예방책이 되는 셈이다.
근육의 중요성을 새삼 증명한 유명한 대규모 임상결과가 있다. 미국에서 65세 성인들을 85세까지 장기 추적 관찰하는 연구 결과, 노화에서 비롯하는 만성질환 발병에 영향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근육의 기능(muscle function)’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차 교수는 전했다.
근육량 감소는 노화에 따른 것이라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또 나이를 먹을수록 당뇨병, 고지혈증 같은 만성대사질환이 생겨나 삶의 질을 갉아먹는다. 차 교수 설명에 따르면 유산소 및 근력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당뇨병 등 만성대사질환 발병을 막는 길이다.
유산소 운동은 체중 조절을 위해 필요하다. 유산소 운동은 에너지원인 지방산을 태워 없애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지방산 소모를 위해 우리 몸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활성화 한다. 이는 차(車)로 말하면 배기량을 올리는 것과 같다. 다만 차 교수는 “한 가지 운동을 반복하게 되면 관절 손상이 올 수 있으므로 매일 매일 몸을 가볍게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유산소 운동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이라면 근력운동은 근육의 질을 높이는 목적이다. 차 교수는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 스트레스가 가해지면서 근세포에 염증이 발생하고 이것이 복구되는 과정에 근육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 교수는 “근력운동을 무리하게 하게 되면 근육이 다 찢어질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쉬엄쉬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차 교수는 “똑같은 밥을 먹더라도 근육의 양과 질이 좋아 인슐린 기능이 좋아지면(예민한 상태가 되면) 근육은 좋은 글루코스(탄수화물)를 먹는 셈이 되는 반면, 근육이 부실해 인슐린 저항성이 있으면 지방을 먹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송강섭기자 eric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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