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기세가 이어지지 못하면서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 경쟁 가도도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 앨 고어 전 부통령에 이어 존 케리 국무장관까지도 예비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미국 CNN은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부통령의 측근들이 얼마나 선거자금을 모을 수 있을지, 어디서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할지 같은 구체적인 대선출마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바이든 부통령이 오는 10월 1일까지 대선출마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지역 신문 ‘더 포스트 앤드 쿠리어’는 ‘바이든 부통령, 출마하세요’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는 그가 출마를 선언하기 가장 적합한 곳”이라고 주장했다.
앨 고어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시작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환경운동으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미 ABC뉴스는 고어 전 부통령의 지인들이 ‘가벼운 수준에서’ 고어 전 부통령의 대선 출마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역시 “클린턴 전 장관의 부진 때문에 바이든 부통령이나 고어 전 부통령의 출마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며 ‘흔들기’를 시도했다.
나아가 케리 국무장관도 대권을 염두에 둔 정치인의 명단에 오르기 시작했다. 미 NBC는 쿠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성조기 게양식을 지켜보려고 쿠바를 찾은 케리 장관에게 대선출마 가능성을 물었고, 이에 케리 장관은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내년 이후에 미국 내 정치구도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국의 정치 절차에 관여하기에는 충분히 젊다고 생각하지만, 이번은 아니다”라고 답해 여지를 남겼다.
‘힐러리 대세론’에 금이 가기 시작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버니 샌더스(무소속·버몬트) 상원의원이 일으킨 ‘돌풍’ 때문이다. 샌더스 의원은 대중집회에 수만 명의 지지자가 모이게 한 것은 물론, 미국 정치의 '요충지' 가운데 한 곳인 뉴햄프셔 주에서 이달 상순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44%의 지지율을 기록하며 37%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앞지르기도 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국무장관 재직 때 사설 이메일을 사용하면서 업무용 문서를 주고받은 일로 연방수사국(FBI)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에서는 현재 클린턴 전 장관과 샌더스 상원의원 등 모두 5명이 대선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야당인 공화당에서는 현재까지 17명이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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