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로스 아미고스 2집 '바모스'
“돈 들어왔다, 돈 들어왔다~”. 빚에 휘둘려 사는 사내가 호기롭게 노래를 부른다. “뭐니 사랑스럽게.” 여인이 귀여운 목소리로 사내의 기를 살려준다. 남편과 아내가 장난스럽게 노래를 주고 받는 모양새가 마치 마당극 같다. 해학이 펼쳐진 곳은 ‘마님가’. 라틴 음악을 하는 9인조 밴드 로스 아미고스가 최근 낸 2집 ‘바모스’속 노래다. 밥벌이에 시달리는 소시민 가장의 얘기가 달걀이 굴러가는 듯한 파르티투 알투(삼바 리듬의 일종)에 실려 정겨움이 가득하다. 이국적인 라틴음악에 한국적인 해학이 실려 구수한 ‘된장맛’도 난다. 알고보니 이 곡은 이제 갓 서른이 된 팀의 막내이자 섹소폰연주자인 유종현이 만들었다. 미혼인 그는 "은행에서 ‘입금됐다' '출금됐다' 식으로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장난스럽게 곡을 썼다”며 수줍게 웃었다. "라틴음악 하면 다들 어렵고 낯설게만 생각하잖아요. 이 편견을 깨기 위해 한국말로 가사를 썼어요. 라틴음악을 모르던 분들도 ‘노래 재미있는데?’라며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말이죠. 라틴음악의 한국화를 위해 고민해 얻은 답이죠.”(보컬 김국찬)
로스 아미고스의 새 앨범엔 다양한 타악기가 쏟아내는 흥이 불꽃놀이처럼 터진다. 라틴음악에 사용되는 타악기 이름을 딴 노래 ‘콩가’와 ‘아고고’가 대표적. ‘스꾸따꾸스꾸둥둥~’ 같이 콩가의 소리를 말로 푼 노래를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깨가 들썩인다. 이를 두고 세 줄 기타인 뜨레를 연주하는 황이현은 "쿠바의 전통음악과 한국 민요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쿠바의 전통적인 가창 형식인 꼬로 쁘레곤을 활용해 곡을 썼는데, 이 요소가 우리 민요의 메기고 받는 방식과 닮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2013년 첫 앨범을 낸 로스 아미고스는 이미 음악계에선 ‘라틴음악 거물’로 통한다. 1990년대 오르께스타 코바나란 팀에서 활동한 김국찬과 황이현을 주축으로 팀발레스를 연주하는 최동하, 피아노를 치는 손소희 등 7명을 영입하며 2009년 새로 팀을 꾸렸다. 팀의 맏형인 68년생 김국찬과 85년생인 유종현이 한 팀을 이룬 만큼, 음악적 스펙트럼도 넓다. 로스 아미고스는 감미로운 멜로디가 특징인 브라질 음악과 리듬이 강한 쿠바 음악을 동시에 소화할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라틴 음악 밴드다. 김국찬과 황이현은 지난 2006년 라틴 음악의 본고장인 콜롬비아에서 공연을 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들은 어떻게 라틴음악에 빠져들게 됐을까.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 노래를 들으며 라틴 음악에 빠졌어요. 할아버지들이 기타를 치는 데 그 자유로운 모습을 보며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란 생각을 하게 된거죠, 하하하.”(김국찬)
“노래하는 사람 입장에서 남미어가 주는 어감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재즈 클럽에서 보사노바를 부르다 라틴 음악에 빠져 이 길을 걷게 됐죠.”(보컬 유하라)
멀고 낯선 남미의 음악을 하다 보니 어려운 점도 많다. 문제는 국내 공연이다. 라틴음악 악기들이 어떤 소리를 내는지 무대 스태프들이 몰라 공연 준비할 때 애를 먹는 일이 잦다. 이 어려움 속에서 이들이 꿈꾸는 건 라틴음악이 좀 더 청취자들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백지영의 ‘새드 살사’등 라틴음악이 인기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 보사노바만 라틴음악의 전부처럼 돼 버렸어요. 라틴음악이 가깝고, 다양하단 걸 들려주기 위해 꾸준히 앨범을 낼 생각입니다.”(황이현)
양승준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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