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소방관 희생 커 100명 달할 수도
중국 톈진(天津)시 탕구(塘沽)항 물류 창고 폭발 사고 사망자가 최대 200명도 넘을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당국이 일부러 피해 규모를 축소해온 것 아니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궁젠성 톈진시 선전부 부부장은 16일 기자회견에서 이날 오전9시 현재 현장에서 발견된 시체는 모두 112구이며, 이중 24명의 신원은 확인이 됐으나 88명은 아직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궁 부부장은 이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된 이는 모두 95명이라며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88명과 실종자 95명이 서로 중복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원 미확인자 88명이 모두 실종자와 일치할 경우 이번 사고 희생자는 119명이 된다. 그러나 한 명도 중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희생자가 최대 207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더구나 현재 부상자 721명 중 58명이 중상이어서 사망자 수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당초 50명 안팎으로 발표됐던 사망ㆍ실종자 수가 주말을 거치며 갑자기 급증한 것은 당국이 그 동안 계약직 소방관을 집계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당국이 발표한 실종자 95명 가운데 소방관은 무려 85명이나 됐다. 이중 현역이 13명, 톈진항 소속이 72명이다. 중국 항구와 화학 공장 등 대형 기관과 기업은 비상 사태에 대응, 자체 소방 부서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소방관 25명이 실종된 톈진항 소방지대 제5대대 대원들도 톈진항 그룹에 채용된 계약직으로, 극히 열악한 처우에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일부 계약직 소방관의 초봉은 1,000위안(약 18만원)에 불과하고 18세가 안 됐을 때 채용된 경우도 있었다. 톈진항 소방지대 제5대대에는 농촌인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시 웨이(蔚)현 출신들이 11명이나 됐다.
실종 소방관 가족 50여 명은 전날 당국의 기자회견장에 몰려 와, 당초 톈진항 폭발 사고로 사망한 소방관 수에 공안국 소속 소방관만 포함시킨 것에 대해 강력 항의했다. 이들은 “우리 아이들이 어디 소속인지 물어보러 왔지만 경찰도, 군대도, 정부 소속도 아니라고만 했다”며 “계약직이든 아니든 모든 생명은 평등하다”고 울부짖었다. 이날에는 사고 현장 부근 치항자위안 아파트 주민 수백명이 몰려 들어 정부가 파손된 주택을 사 줄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에도 사고 현장 시안화물(청산가리)은 기준치의 50%를 초과한 것으로 검측됐다. 이에 따라 텐진시는 폭발 중심부에서 반경 3㎞이내 지역의 모든 인력에 긴급 소개령을 내렸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위험 화학물질과 폭발위험이 있는 물질에 대한 전국적인 일제 점검을 실시하라고 지시한 데 이어 이날 오후 공산당과 국무원을 대표해 사고 현장을 직접 찾았다.
한편 ‘사망자가 최소 1,000명에 이른다’는 등 유언비어가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자 중국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와 웨이신(微信ㆍ중국판 카카오톡)에서 최소 360개 계정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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