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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무 다른 지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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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너무 다른 지뢰

입력
2015.08.16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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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는 1997년 8월 사망 전까지 대인지뢰 반대 운동을 활발히 벌였다. 헬멧에 방탄복 차림으로 앙골라의 지뢰매설 지역에서 다리가 잘린 흑인 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안타깝게 바라보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남편의 불륜으로 세기의 결혼이 파탄한 뒤 지뢰와 에이즈 반대운동에 헌신한 그의 아름다운 모습에 전세계는 감동했다. 죽은 그 해 말 대인지뢰금지협약(오타와 협약)이 체결된 데는 그의 노력이 컸다. 15년 째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안젤리나 졸리도 다이애나에게서 봉사의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 지뢰는 비열한 무기다. 일단 매설되면 아군과 적군,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다. 1979년 전쟁에서 소련군이 항공기로 살포한 지뢰가 수백만 개에 이른다는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다리가 하나인 사람과 둘인 사람으로 나뉜다는 비극적인 농담이 오간다고 한다. 죽이지는 않지만 손이나 발목을 절단하는 잔인한 방법으로 상대의 전투력을 더욱 저하시킨다. 20년 간의 내전으로 아프리카에서 지뢰가 가장 많이 매설된 앙골라에서는 코끼리 물소 버팔로 등 야생동물까지 떼죽음을 당하고 국가 상징인 검은 영양은 멸종위기다.

▦ 오타와 협약은 대인지뢰의 생산ㆍ사용ㆍ비축ㆍ이동을 금지하고 매설된 지뢰를 제거한다는 내용이다. 160여 나라가 가입했지만, 한국 북한 미국 러시아 등 30여 주요 지뢰 매설ㆍ생산 국가는 아직 가입하지 않았다. 비무장지대(DMZ)에 매설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지뢰는 약 100만개, 후방지역을 포함한 지뢰매설밀도는 ㎡당 2.3개로 세계 최고다. 미확인지대의 지뢰제거에 489년이 소요된다는 국방부 발표도 있다. 북한과의 대치가 한미 양국이 가입을 피하는 이유다.

▦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지뢰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하는 한편으로 대선공약인 DMZ 세계평화생태공원 조성, 추석 이산가족상봉 명단 교환 등 협력을 제안했다.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지만, 최소한 평화생태공원을 조성하려면 지뢰 제거는 필수다. 그러나 정부는 일관되게 지뢰 없이는 DMZ를 방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공원은 어떻게 만들겠다는 건지, 지뢰를 포기하지 않아도 한반도 평화는 가능하다는 건지, 여러모로 아리송하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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