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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감기와 숲

입력
2015.08.16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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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감기에 참 잘 걸렸다. 겨울 들어가기 직전, 겨울 끝나기 전 그리고 여름에 한번 보통 일 년에 세 번은 걸린다. 한 번 걸리면 열을 정도 콧물과 기침으로 고생한다. 그래서 독감예방주사를 11월쯤에 꼭 맞는다. 예방주사를 맞아도 세 번 정도는 걸리니 감기에 시달리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이상하게도 겨울에도 여름에도 감기에 걸리지 않았다. 처음에는 보온을 잘했나, 예방주사를 좋은걸 맞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감기에 안 걸렸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왜냐하면 나는 몇 년 전부터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감기에 예민해졌다. 아내가 근 일 년간 항암치료를 받아 왔고 항암치료 중에는 면역력이 약해져 감기를 특히 조심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리 저리 생각해보다 해답이 숲에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나는 일 년에 몇 번 정도 산에 올랐으니 등산을 즐긴 편은 아니었다. 그러다 2년 전 산림치유포럼의 회장으로 일하게 됐고 또 산림복지문화재단의 비상임 이사장에 취임했다. 두 기관은 하는 일에 유사한 점이 많다. 산림에 자주 가서 체험활동을 하는 것이다.

산림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이 우리 몸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임상시험결과 몇 가지를 가지고 이야기해보자. 인류 역사는 유인원 출현부터 계산하면 약 300만년 정도 된다. 이 기간을 사람들은 주로 숲과 더불어 살아왔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숲과 다소 멀어진 생활이 됐으나 그 기간은 150년 정도로 인류 역사의 작은 일부분일 뿐이다. 그래서 사람의 DNA는 숲에 잘 적응이 되어있다. 우리가 숲에 갔을 때 기분이 좋고 마음이 이완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숲은 우리의 몸과 마음에 좋은 여러 가지를 간직하고 있다. 식물의 증산작용과 계곡 물로 인한 풍부한 음이온, 식물이 자기보호를 위해 내뿜는 휘발성 물질인 피톤치드, 우리 몸의 에너지 생산에 필수불가결한 깨끗한 공기, 우리 귀를 즐겁게 해주는 새소리 물소리 벌레소리 그리고 숲을 거닐 때 느끼는 부드러운 촉감 등이 그것이다.

숲이 가진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 몸의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마음을 안정시킨다. 숲에 갔을 때 아름다운 경관에서 얻는 상쾌함은 뇌신경을 안정시켜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함으로써 면역력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표적 살해하는 NK(natural killer) 세포를 증가시키고 활성화시킨다는 것이 입증되어 있다. 음이온이나 피톤치드를 흡입했을 때 면역력이 강화되고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은 외국학자들도 밝혔다. 산림청 임상시험에서도 숲 속에서 마음과 몸이 이완될 때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혈압이 안정되는 것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건강은 몸과 마음의 안정, 적당한 운동, 균형 잡힌 음식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숲의 여러 치유인자를 충분히 활용해 몸과 마음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숲길걷기 등을 통해 운동을 하고 산약초나 자연임산물로 맞춤형 균형식사를 유도하는 것은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고령화 사회일수록 이렇게 숲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50년 전 벌거숭이였던 우리 산림은 독림가들의 뼈아픈 노력으로 지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도 높은 입목 축적을 갖고 있다. 그간 독림가들을 포함한 임업인들의 노고로 오늘날 이렇게 풍부한 숲자원을 누리게 된데 대해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자원을 목재 등 임산물 채취에 이용할 뿐만 아니라 휴양, 레포츠 그리고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적극 사용해야 한다. 의료비 지출이 갈수록 늘어 나고, 건강수명을 높이는 것이 고령화 사회에서 중요한 이슈이므로 특히 그러하다. 임업인들도 산림의 건강증진 기능을 수익창출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면 일석이조가 될 것 같다.

최종수 한국산림치유포럼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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