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대사관 실 연결 퍼포먼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오늘, 두 나라를 하나로 이었습니다.”
설치미술작가 이은숙(59)씨는 15일 독일 베를린에서 주독 한국대사관과 북한대사관을 실로 잇는 프로젝트를 끝내고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본보 7월 11일자 23면 참조)
이씨는 애초 종착지인 북한대사관에도 실을 연결하려 했으나, 베를린시와 경찰서의 허가를 받지 못해 출발지점인 남북대사관 펜스에만 실을 잇고 북한대사관에는 정문 앞에 실을 풀어놓는 데 만족해야 했다. 앞서 베를린 당국은 건널목에서 실을 풀어선 안 되고 북한대사관 소유 부지를 접촉하면 안 된다는 조건으로 이번 예술행위를 허가했다.
이에 따라 이씨는 동행한 자신의 아들과 베를린 현지 봉사자 15명을 통해 건널목을 지날 때에는 분필로 선을 긋는 방식으로 상징적으로 연결이 끊기는 것을 막고, 실타래가 꼬이면 풀게 하는 등 도움을 받았다. 전승기념탑, 브란덴부르크문, 유대인기념비공원을 거쳐 북한대사관에 이르는 3.8㎞를 두고 이 작가는 “38선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함께 평화의 길을 열자”며 북한대사관 앞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실을 끊었다.
연두색과 주황색의 형광실 두 가닥을 하나로 모아 길바닥에 풀면서 걷는 이번 설치예술행위는 생각만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오전 11시 한국대사관을 떠난 이 작가 일행이 북한대사관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이 작가는 이 행사를 위해 만들었다는 등가방 모양의 이동 실타래로 실을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실은 몇 차례 꼬이기를 반복했다. 건널목에 선을 그을 때 쓰려고 준비한 분필은 때때로 말을 듣지 않았고, 건널목 보행신호가 중간에 바뀌어 양방향 차들이 오가는 중간에 선 채 다음 신호를 기다려야 했다.
이씨는 그러나 두 형광 실은 너무 다른 색감을 보이며, 또 둘이 섞이면 또 다른 색깔을 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작업에 쓰려고 베를린 현지에서 태극기와 인공기를 샀다며 “태극기와 인공기를 등가방 이동 실타래에 꽂고 걸으려 했지만, 너무 정치적으로 보일까봐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자신의 작업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가족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월남하시기 전에 북한에서 낳은 저의 이복남매 4명이 있다. 아버지가 생전 다시 못 만났던 그들을 나는 만나고 싶다.” 베를린을 작업지로 택한 것도 “우리처럼 분단이라는 역사”를 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는 2006~2009년 베를린에 머물며 2007년 브란덴부르크문 앞에서 ‘사라진 베를린장벽’을 주제로 거리작품회를 했고, 앞서 2006년에는 포츠담에서 ‘새로운 포츠담 회담’이라는 예술행위도 선보였다.
베를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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