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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에 사죄의 숙명 씌우면 안돼" 日 우익시각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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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세대에 사죄의 숙명 씌우면 안돼" 日 우익시각 그대로

입력
2015.08.1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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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가 진정성이 빠진 ‘과거형’사죄에 그치면서 오히려 주변국 여론에 불을 지른 결과가 됐다. 아베 총리는 14일 각의(국무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결정한 담화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이는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형식적 문구를 남기면서도 실제 자신은 사죄의 주최에서 제외시키는 표현 방식이다. 아베 총리는 또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 역시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고 당시 세계사적 흐름이었다고 강변해 진정성이 담긴 사죄라 보기 힘들게 됐다.

담화는 “사변, 침략, 전쟁, 어떤 무력의 위협과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두 번 다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지난 4월 아시아ㆍ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 60주년 기념 정상회의 연설에서 밝힌 반둥회의 원칙을 간접 인용하는 전례에 머무른 것이다. “식민지 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해 모든 민족의 자결 권리가 존중되는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안된다”고 한 정도가 진전된 내용이라 볼 수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전후 70년에 관한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나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4일 오후 도쿄 총리관저에서 일본의 전후 70년에 관한 담화(일명 아베 담화)를 발표하고 나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베 담화에서 가장 관심이 쏠린 부분은 “아들과 손자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씌워서는 안된다”란 언급이다. 이는 일본 우익의 역사관을 공공연히 천명해 주변국의 반발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선언이다. 아베는 “일본에서는 전후에 태어난 세대가 지금 인구의 8할을 넘겼다”고 했는데 ‘언제까지 사죄를 계속해야 하냐’는 우익들의 시각을 정확히 대변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의 분리대응 기조도 담화에 드러났다. 일본의 만주침략과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은 분명하고 일관되게 강조한 반면, 식민지배의 정당성에 대해선 구미열강의 당시 일반적 세계 조류였다는 편향된 인식을 담았다. 담화는 “전쟁의 고통을 맛본 중국인 여러분”이라고 분명히 못박은 뒤 “일본군에 의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당했던”이라고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오히려 19세기 이후 서구열강들이 수많은 나라를 병합했다는 식으로 당시 상황을 언급하며 정당화하려 했다. 한국에 대한 언급은 단 한번뿐이며, 그것도 여러 나라를 언급하며 “그들이 겪었던 고난의 역사를 마음에 새긴다”는 모호한 언급을 남겼을 뿐이다.

과거 전쟁에 의한 국내외 피해자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깊이 머리를 숙여 통석의 염(念)”을 표한 부분이다. 이는 아키히토 일왕이 과거 노태우 대통령에게 했던 표현으로 당시 국내에선 ‘몹시 애석하게 여김’이란 뜻으로 인해 가해자의 위치를 망각한 것이란 논쟁이 일어났다.

이번 담화로 일본 국내에선 위안부 문제에 대한 반성도 포함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역시 전쟁의 그늘을 거론하면서 “명예를 상처받은 여성들이 있었던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거나 “20세기 전시하에 많은 여성들의 존엄이 깊은 상처를 받게 됐다”는 일반론에 머물렀다. 한일간 최대 현안이란 점에서 일본의 책임을 명확히 직시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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