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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복적으로 사죄 표해 왔다" 아베의 생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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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반복적으로 사죄 표해 왔다" 아베의 생색

입력
2015.08.1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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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의 결정 '전후 70년 담화' 발표, 진정성 없는 과거형 사죄 그쳐

식민지배·침략 직접 언급 없고 제국주의적 침략 정당화까지

한·중 등 주변국 거센 반발 예상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후 70주년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쟁과 폭력의 시대, 다시 여성을 생각하다' 국제 심포지엄에서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김복동 할머니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쟁과 폭력의 시대, 다시 여성을 생각하다' 국제 심포지엄에서 피해를 증언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14일 발표한 ‘전후 70년 담화’에서 ‘과거형’으로 사죄를 언급하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한국 및 중국 등 주변국의 거센 반발이 예상돼 동북아 외교지형에 큰 파장이 예고된다.

아베 총리는 이날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한 ‘전후 70년 담화’를 통해 “우리나라는 지난 전쟁에서의 행동에 대해 반복적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의 마음을 표해왔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또 담화에서 식민지배와 침략을 거론했지만 이를 일본의 행동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극우진영의 역사관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의 파도는 19세기 아시아에도 들이닥쳤다, 그 위기감이 일본에게 있어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틀림이 없다”면서 “아시아에서 최초로 입헌정치를 세우고, 독립을 지켰다, (일본이 승리한) 러일전쟁은 식민지배하에 있었던 아시아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용기를 북돋웠다”고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을 정당화했다. 러일전쟁의 결과, 식민지 나락으로 떨어진 역사의 아픔을 갖고 있는 한국인으로선 용납하기 힘든 발언이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러일전쟁을 언급한 것은 한국 입장에서 이론의 여지가 있다”며 “일본사회에선 2차 대전 침략과 달리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문제의식이 없다는 점이 이 같은 담화 내용이 나오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사변, 침략, 전쟁 어떠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도, 국제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서는, 더는 사용되어서는 안된다”며 “식민지지배로부터 영원히 결별하고, 모든 민족의 자결 권리가 존중 받는 세계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하는데 그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의 나라들, 대만 한국 중국 등 이웃인 아시아 사람들이 걸어왔던 고난의 역사를 마음으로 새겼다”고 했다.

위안부 문제도 “전장의 그늘에는 심각하게 명예와 존엄을 훼손당한 여성들이 있다는 것도 잊어선 안된다”고 우회적으로 거론했다. 면피성 언급에 불과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정작 눈에 띄는 대목은 “그 전쟁과 아무 관계가 없는 우리 자식이나 손자,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사죄를 계속하는 숙명을 지워서는 안된다”는 부분이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진의조차 의심케 만든다. 과거사의 빚을 이제 털어버리겠다는 일본우익의 역사관을 정면으로 드러낸 것이다.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일본 게이오대 교수는 통화에서 “유명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계속 사죄해야 한다는 말을 했지만 아베 총리의 개인생각은 이 부분에 담겨있다”며 “안보법안 문제나 최근 지지율 하락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한 타협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아베 내각은 이날 오후 5시 총리관저에서 임시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전후 70년 담화를 공식입장으로 결정했다. 일본어판과 영문판으로 공표했으며, 추후 한국어와 중국어 번역본도 낸다. 글자수가 약 4,000자로 무라야마 담화(1,300여자)보다 분량이 3배 이상 많다.

무라야마 도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후지TV에 출연해 “미사여구를 늘어놓으며 장황하게 말했지만, 무엇을 사죄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엇을 대상으로 무엇을 위한 (사죄를) 하는 건지가 불명확하다”고 비판했다.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죄가 담기지 못하면서 향후 한중일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회담, 중일 정상회담 등 9월 이후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온 외교일정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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