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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증오의 과녁

입력
2015.08.14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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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 5월, 경기도 양주 예비군 훈련장에서 영점사격(소총 가늠자와 가늠쇠 조정을 위한 사격) 표적지를 받아 든 예비군 상당수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곳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도자 3대의 사진이 인쇄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실이 남측 언론에 보도되자 북측은 “감히 우리의 최고존엄을 건드리는 천추에 용납 못할 광기”“특대형 도발”등의 표현을 써가며 강력히 반발했다. 육해공군 및 노농적위대를 동원한 전면적인 군사보복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 이듬해 2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인천의 한 군부대 내무반에 김정일 김정은 부자 사진과 함께 “때려 잡자 김정일, 쳐죽이자 김정은”이란 구호가 걸려 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북측은 즉각 “역적패당을 이 땅에서 매장해버리기 위한 성전을 무차별적으로 벌이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15만 명이 동원된 규탄 군중대회가 열리고 “천백 배 복수”를 외쳤다. 며칠 뒤에는 북한 군인들이 이 대통령 상반신 그림과 실명이 적힌 표적지에 사격을 가하는 장면을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했다.

▦ 엊그제도 북한조선중앙TV는 북측 군인들이 박근혜 대통령 사진으로 만든 과녁에 사격을 가하는 섬뜩한 장면을 내보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북측이 박 대통령을 거친 용어를 동원해 비난해온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군 사격훈련 과녁 삼아 총알을 퍼붓는 장면을 방영한 것은 처음이다. DMZ지뢰 공격에 이은 북측의 도발이 선을 넘었다.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군사훈련을 놓고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 남측 탈북자단체들은 광복 70주년을 하루 앞두고 접경지역에서 북측 DMZ지뢰도발 규탄과 김정은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 20만장을 대형풍선에 매달아 날려 보냈다. 북측은 조준격파 사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군이 DMZ지뢰도발 대응으로 대북 심리전방송을 전 전선으로 확대하고, 북측은 조준격파를 위협한 바 있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남북이 경쟁적으로 펼치는 상대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 부추기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며 그 끝이 무엇일지 두렵다. 살얼음판이 따로 없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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