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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초들의 고민 해결사, 무속인과 귀신 이야기… '무당촌' 신당동서 창업

입력
2015.08.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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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2008).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2008).

경제는 언제나 어렵고, 삶은 팍팍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고들 한다. 그러고 보면 어느 시대나 세기말적이다. 집 없는 설움은 그래도 어떻게든 꿀꺽꿀꺽 삼키면서 살아보겠는데, 아이들 다니는 학교마저 부자들 다니는 학교, 가난뱅이들 다니는 학교로 나뉜 게 현실이다. 어릴 적부터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지 못하면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쩌고 하다가 청년 실업자, 멀쩡한 백수 되기 십상이다.

몹시 비극적인 삶을 사는 일부의 얘기 같지만, 주위를 한번 돌아보라.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다들 월말이면 울상이고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무슨 큰 사건이라도 터지거나 전염병이라도 돌면 수입이 줄어들까 봐 덜컥 겁부터 난다. 안타깝게도 이건 주위 얘기가 아니라 바로 당신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보통사람들, ‘먹고 사는’ 문제로 삶에 찌든 서민들은 어디 가서 하소연할까? 신자유주의 사회의 규칙이 금과옥조가 된 나라에서 정부가, 병원이, 학교가 이들의 사연을 들어줄 리 없고, 문제를 해결해줄 리도 없다.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놀랍게도 이들은 ‘점집’을 찾는다. 눈여겨보면 전국 곳곳에서, 동네를 조금만 돌아다녀 봐도 긴 장대에 깃발을 걸어놓은 점집을 어김없이 볼 수 있다. 점쟁이와 무당은 단지 미래를 예언하고 귀신을 쫓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돈 없고 빽 없는 사람들이 걱정거리가 생겼을 때,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몸이 아플 때, 그나마 가진 것마저 잃었을 때, 공권력에 호소할 수단과 용기가 없는 사람들이 찾아가는 유료 해결사들이다.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의 저자 장윤선씨는 이처럼 통시적으로 무속인들을 바라보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쓴 필자였고, 더구나 지도교수가 지인이었기에 어렵잖게 책을 출간할 수 있었다. 특히 책에는 저자가 논문에서 쓸 수 없었던 사연들이 여기저기 산비탈 잔설처럼 쌓여 있어 진한 감동을 준다.

무더운 여름 한복판 선을 보인 이숲의 첫 책은 언론에도 많이 보도됐고, 저자는 TV에 출연도 했다. 그렇게 2008년 4월 1일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창업해 7월에 첫 책을 낸 이숲 출판사는 귀신 이야기로 첫발을 내디뎠다. 수많은 보통사람의 하나였던 나는 모두가 말렸을 때, 사무실은 물론이거니와 통장의 잔고 하나 없이, 14인치 노트북 하나 달랑 들고 씩씩하게 집에서 창업했다. 편집과 디자인, 제작까지 도맡아 하며 콘텐츠의 힘 하나만 믿고 겁도 없이 출판 시장에 몸을 던졌다. 언론사 보도자료를 보내기 위해 유난히 빼곡한 집들이 모여 있는 신당5동 주택으로 대행사를 불렀을 때 다소 당황해 하던 직원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실제로 신당동은 신당(神堂)을 중심으로 많은 무당들이 모여 무당촌을 이루어 신당동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우연의 일치?).

어렵게 출판의 길로 들어섰지만, 이숲은 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망하지 않고 130여 종의 책을 출간했다. 여전히 우리의 이런 작은 이야기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작은 숲이다.

이숲 김문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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