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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마다 다른 망막질환… 젊다고 방치하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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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마다 다른 망막질환… 젊다고 방치하면 안 돼요

입력
2015.08.1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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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20대 망막박리 급증 추세, 당뇨 환자는 망막변증 조심해야

50대 혈관 막히는 정맥폐쇄, 자칫 실명까지 불러올 수도

60대 이상은 황반변성 주의 필요, 조기 발견하면 진행 늦출 수 있어

실명의 주요 원인인 망막 질환은 연령대별로 달리 나타나므로 나이에 따라 예방과 치료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망막 검사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실명의 주요 원인인 망막 질환은 연령대별로 달리 나타나므로 나이에 따라 예방과 치료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망막 검사 모습. 세브란스병원 제공

망막은 안구 뒤쪽을 둘러싼 내벽으로, 빛을 감지해 카메라의 필름처럼 사물의 상(像)을 맺는 얇고 투명한 신경조직이다. 망막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자칫 시력을 잃을 수 있다. 실명을 유발하는 4대 망막질환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 황반변성, 망막박리, 망막정맥폐쇄 등이 꼽힌다. 4대 망막질환의 전체 인구대비 유병률은 1% 정도이지만, 50대 이상 인구의 3.2%, 60대 이상에서는 4.4%, 70대 이상에서는 4.8%로 추정된다.

그런데 4대 망막질환도 연령대마다 달리 나타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한국망막학회(회장 김시동 대구가톨릭대 안과 교수)는 100여 편의 대한안과학회지 논문과 최근 5년간(2009~201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10, 20대는 망막박리, 30, 40대는 당뇨병성 망막병증, 50대는 망막정맥폐쇄, 60대 이상은 황반변성을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형준 한국망막학회 홍보이사(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와 수술법이 발달해 망막질환을 앓아도 실명을 막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망막질환에 대한 인지도와 관심이 적어 많은 환자가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10~20대 망막박리, 30~40대 당뇨망막병증

망막학회 조사결과, 10, 20대 망막박리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33.8% 늘었다. 특히 10대 망막박리 환자는 같은 기간 50.9%나 급증했다. 전체 망막박리 환자 가운데 10, 20대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2.5%다. 망막박리는 이름 그대로 망막이 떨어져 나간 질환이다. 망막이 떨어지면 망막에 영양공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시(視)세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병이 더 악화하면 실명될 수 있어 재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

망막박리의 초기 증상은 눈 속에 날파리가 날아다니는 느낌과 움직일 때마다 불빛이 번쩍거리는 것 같은 느낌이다. 망막이 완전히 떨어지기 전에 눈앞에 까만 점이 어른거리거나 거미줄이 쳐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갑자기 시야가 캄캄해지거나 사물이 구겨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나면 망막이 모두 찢어지거나 떨어진 것이다. 망막박리가 발생하고 증상이 악화하면 시야 결손과 분리된 부위가 점점 넓어지고 실명할 수 있다.

30, 40대 젊은 당뇨병 환자의 10명 가운데 1명은 합병증으로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앓고 있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쉽게 말해 당뇨병으로 인해 눈의 가장 안쪽 신경조직이며 시력에 가장 중요한 부위인 망막이 손상돼 시력이 떨어지거나 잃는 병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15년 이상 당뇨병을 앓은 당뇨병 환자의 60% 이상에서 발병할 정도로 흔한 합병증이다. 당뇨병을 앓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최태훈 누네안과병원 원장은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병의 진행 속도가 느려 초기에는 시력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으므로 환자가 모르고 지나치거나, 노안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눈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미리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50대 망막정맥폐쇄, 60대 이상 황반변성

50대 망막정맥폐쇄 환자는 2009년 2만92,19명에서 2013년 3만9,043명으로 5년간 33.6%나 늘었다. 반면 50대 이전 망막정맥폐쇄 환자 수는 같은 기간 4.3% 줄었다. 망막정맥폐쇄는 망막의 정맥이 뇌졸중과 같이 막히거나 파열돼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시력이 떨어지거나 잃게 하는 질환이다.

실명 위험은 망막의 중심을 지나는 동맥과 정맥이 막히는 경우가 가장 높다. 중심이 아닌 주변부로 지나는 분지 정맥 혈관이 막히면 부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중심 정맥 혈관이 막히면 갑자기 먹구름이 끼인 것처럼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중심부 시력이 떨어져 안 보이게 된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비만, 동맥경화 등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대사증후군이 있을 경우 발병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망막정맥폐쇄를 한번 경험한 사람은 심뇌혈관이 막힐 가능성이 높으므로 심근경색증과 뇌경색증에 대해서도 철저한 경계가 필요하다. 오현섭 누네안과병원 망막센터 원장은 “예방을 위해서는 갑자기 혈압을 올릴 수 있는 과로, 분노, 스트레스, 흡연 등을 피해야 한다”고 했다.

황반변성은 환자 10명 가운데 8명이 60대 이상인 노인성 질환으로, 2009년 10만884명에서 2013년 14만540명으로 39.3%가 늘었다. 특히 최근 5년간 60세 이상 환자는 53.3% 증가했다. 65세 이상 노인 실명 원인의 1위를 차지한다.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면서 망막에 시세포가 밀집된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노폐물이 쌓인다. 그 황반에 생긴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에서 노출된 혈액이나 액체가 황반을 손상시켜 시력을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황반변성이 무서운 실명질환인 이유는 조기 자각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사물을 볼 때 초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사람들이 노안증상으로 착각해 병을 키운다. 이원기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황반변성이 진행되면 황반의 시신경 세포들의 손상이 심해져 사물의 중심이나 직선 등이 휘어져 보이며 한 쪽 눈에 황반변성이 있는 경우 45% 정도가 5년 이내 다른 쪽 눈까지 발병하므로 병의 조기 발견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대부분의 황반변성은 건성 황반변성으로 현재까지 특별한 치료법이 없고, 진행을 늦추는 영양제 섭취와 자외선 차단 등이 도움이 된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에 신생혈관이 생기는 경우로 신생혈관이 쉽게 파열되기 때문에 황반이 빠르게 손상된다. 중심 시력이 급속히 나빠지며, 결국에 실명한다. 하지만 습성 황반변성은 레이저 치료와 광역학 치료, 항체주사 치료 등으로 치료할 수 있다. 김시동 한국망막학회 회장은 “고령 사회 진입 속도와 서구식 생활습관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망막질환 환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며 “젊다고 방치하지 말고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통해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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