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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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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우리에겐 꿈같은 얘기죠"

입력
2015.08.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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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세사업장·알바생·파견직엔 '꿈'

50인 이하 사업장은 46%만 쉬고

병원·관공서 문 닫아 시민 불편도

인천에서 중고생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30대 학원 강사 김미래(가명)씨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에 빠졌다. 학원 특성상 본인은 출근해야 하고 사기업에 다니는 남편도 일을 나가야 하는데 다섯 살 난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이 휴원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던 김씨는 다행히 어린이집이 당직 선생님을 지정해 아이를 돌봐주기로 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정부가 급작스레 14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 시행 전날인 13일까지 곳곳에서 혼선과 불편이 끊이지 않았다. 처음 덤으로 받는 휴무를 앞두고 있지만 기쁨보다는 볼멘 소리가 더 크게 터져 나왔다.

정부가 민간기업의 휴무를 자율에 맡겨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은 휴무를 실시하지 않은 곳이 더 많을 전망이다. 서울의 한 제지회사에 다니는 이모(53ㆍ여)씨는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직원수가 85명밖에 안 되는 소규모 회사라 역시나 근무를 하게 됐다”며 “대기업이나 휴무를 챙기지 한 달 매출에 좌지우지되는 중소기업에 임시휴무는 ‘그림의 떡’아니겠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한국노총이 최근 조합원 6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0인 이하 사업장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6.0%만이 휴무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51~100인(63.6%), 101~ 300인(72.7%), 301인 이상(69.0%)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생 등 불완전 고용 노동자들은 상황이 더 열악하다. 경기 지역 전자제품업체에서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최모(35)씨는 “모(母)회사 사람들은 돌아가며 쉰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파견직 입장에서 나도 쉬겠다는 말을 하면 관리 회사에서 당장 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되물었다.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판촉직으로 근무하는 이모(36ㆍ여)씨는 “금요일인 14일이 휴일로 지정돼 오히려 3일간 연장영업에 들어간다”며 “휴일 지정 때문에 친구들과 약속만 어그러지게 됐다”고 불평했다. 서울의 한 물류회사에 다니는 유모(29)씨는 “협력 업체들도 일 하는 곳이 많고 해외 수출건으로 당직도 서야 한다”며 “2박3일 휴일은 남의 나라 얘기”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휴무가 결정된 직장인들도 불평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잡혀 있는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공기업에 다니는 허모(30)씨는 “마감할 일이 산더미 같아서 회사에 나가야 할 상황”이라며 “대체휴일을 받게 돼 있지만 눈치가 보여 이마저도 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에 다니는 이모(28ㆍ여)씨 역시 “해외 파트너들과 연락을 해야 하고 금요일마다 보고서도 내야 하는데 갑자기 휴일로 지정됐다고 쉴 수 있겠느냐”며 “연초부터 알았으면 스케줄 조정이라도 했겠지만 너무 급히 임시공휴일 발표가 나와 그럴 수도 없다”고 하소연 했다.

병원과 관공서 등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편도 이어졌다. 서울 가양동에 사는 주부 김모(35)씨는 최근 14일이 임시공휴일이 됐다는 얘기를 듣고 인상이 찌푸려졌다. 세 살짜리 딸아이의 모세 기관지염 의심 증세로 14일 대학병원 진료를 예약했는데, 공휴일로 지정되면 진료비가 평소보다 30% 올라간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각급 법원과 소송 관계인들도 애를 먹었다. 14일 예정됐던 재판 일정이 일제히 변경됐기 때문이다. 한 재경지법 관계자는 “시간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재판기일 연기 사실을 소송 관계인들에게 우편 송달한 후 전화로 확인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ankookilbo.com 정준호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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