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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호소' 박기춘, 결국 벼랑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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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호소' 박기춘, 결국 벼랑 끝으로

입력
2015.08.13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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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안 표결직전 신상발언 "특권 뒤 숨지않겠다"

도의원 출신 입지전적 정치행보…비리혐의에 오명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한 후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무소속 박기춘 의원이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에 앞서 신상발언을 한 후 눈시울을 붉히며 자리로 들어오고 있다. 뉴시스

박기춘 의원이 비리혐의로 발목이 잡히면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도의원부터 시작해 3선 중진의원이 되기까지 입지전적인 경력을 쌓아온 박 의원이지만, 13일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금품수수 혐의라는 오명을 쓴 채 검찰의 사정 칼날을 맨몸으로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박 의원은 이날 본회의 표결 직전 신상발언을 요청, 동료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절을 한 후 무거운 표정으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본회의장에서 발언이 오늘로 마지막일 것 같다. 한없이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으로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뗐다.

박 의원은 "불체포 특권 뒤에 숨지 않겠다. 방탄막으로 감싸달라고 요청하지 않겠다"면서 "국회가 최근 저의 불찰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동료 의원들이 비리의원 감싸기라는 비난을 듣는 것도 가슴 아파 못 보겠다"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여정을 이제 접는다. 여론을 통해 중형을 선고 받은 제가 무슨 면목으로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계은퇴를 선언한 뒤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의원은 "(지역구인) 남양주에 탯줄을 묻고, 어린 시절 그곳에서 뛰어 놀다 도의원 2번을 거쳐 3선 국회의원까지 됐다"고 지난 정치여정을 밝히면서 울먹이기도 했다.

발언을 마치고는 안경을 벗고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투표소에서 자신의 체포동의안에 대해 표를 행사했다. 다만 박 의원은 표결 결과가 나오기 전 별다른 말을 남기지 않은채 본회의장을 빠져 나갔다.

경기 남양주시 출신인 박 의원은 13대 국회 때 입법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뒤 1995년 경기도의원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04년 경기 남양주을에서 17대 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달성하며 수도권 '터줏대감'으로 입지를 굳혔다.

국회에서는 국토해양위 간사,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 요직을 두루 거쳤으며, 특히 2012년 대선 패배 직후에는 원내대표를 맡아 정부조직법 개편안 협상 등을 주도하며 존재감을 떨쳤다.

원내대표 역임 후에 이례적으로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으며, 2013년 최장기 철도파업 국면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의 담판으로 중재합의안을 끌어내면서 '통 큰 정치인'의 이미지를 굳혔다.

당내에서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인사로 분류되면서도, 계파를 가리지 않고 두루 두터운 친분을 쌓은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이처럼 순항을 계속하던 박 의원이지만, 7월들어 검찰이 분양대행업체로부터 금품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그의 정치 행보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에는 검찰에 자수서까지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는 한편, 내년 20대 총선 불출마 및 새정치민주연합 탈당을 선언하고서 의원들에게 불구속 수사를 받게 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 의원에 대한 동정론이 고개를 들기도 했지만, 끝내 체포동의안 가결을 뒤집지는 못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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