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애매모호하면서도 낯선 발언이 대중들의 귀와 눈을 집중시킨 하루였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연예매체 피플의 보도에 따르면 스튜어트는 최근 한 매체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성 정체성을 규정짓지 않고 애매하게 남겨두고 싶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스튜어트는 “사람은 스스로를 규정하고 싶을 때, 그리고 그러한 능력이 될 때 자신을 규정하게 된다”며 “그러나 난 여배우로서 매우 불분명한 세상에 살고 있고 이점이 좋다”고 발언 배경을 설명했다. 남자로든 여자로든 성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하고 살기보다 아직까지는 어중간하게 성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인 셈이다.
스튜어트는 “미래에는 ‘동성애자’나 ‘이성애자’를 규정 짓는 것도 다 사라질 수 있다”며 “나에 대한 어떤 관점이 생길 수 있기에 커밍아웃은 옳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내가 궁금하면 구글 검색을 해보길 바란다”며 “난 숨기는 것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성애자나 양성애자로 자신을 볼 수도 있고 사람들의 그런 인식을 거부하진 않겠지만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영화 ‘트와라잇’ 시리즈로 스타가 된 스튜어트는 유명 배우 로버트 패티슨과 오랜 연인으로 지낼 때만 해도 성 정체성을 둘러싼 논란을 야기하진 않았다. 그는 패티슨과 교제 중에 한 눈을 팔며 대중들의 입에 올랐고 이후 패티슨과 결별한 뒤 자신의 여비서 등 몇몇 여성들과의 염분설을 뿌렸다.
동성애나 양성애가 아직 낯설고 혼란스러워서일까.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에는 스튜어트의 발언을 신기해 하거나 비하하는 내용들이 꽤 많이 올라왔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아직 규정짓지 못했다는 한 유명 배우의 용기 있는 발언에 대한 존중은 그리 많지 않았다. 스튜어트는 지난 4월 한 패션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할리우드는 혐오스러울 정도로 성차별주의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성 정체성이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용기 있게 밝히는 배우임은 분명하다. 정치적 문제나 사회적 이슈에 몸 사리기 바쁜 한국 연예인들이 적어도 배워야 할 미덕 아닐까.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